▲ 일러스트 | 양승우 전문기자
교육과학기술부는 8월 31일 ‘2013학년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및 학자금 대출제한대학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된 대학평가에 대해 정부는 “대학 교육여건 개선 등 대학사회발전의 큰 동인을 제공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의 강제적 평가에 따른 대학 자율성 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교과부가 발표한 2012대학평가 자료에 따르면 전체 337개 대학 중 43개교가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됐고 이 중 13개교가 학자금 대출제한대학으로 선정됐다.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은 2013년도 정부재정지원 사업의 신청자격을 잃게되고 국가장학금 Ⅱ유형의 지급이 제한된다.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은 제한 수준에 따라 70% 또는 30% 한도 내에서만 학자금 대출이 허용된다.

2012 대학평가에선 등록금 대출 상환률 지표가 삭제되고 법인 전입금과 법정부담금을 반영한 법인지표가 새로 추가됐다. 취업률 산정방식도 졍교해져 건강보험료 납부자만 취업률에 포함됐던 2011년과 달리 국세청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개인 창업자, 프리랜서 등도 취업률에 포함시켰다. 예체능계통의 경우 인정취업률 제도를 실시해 전시나 공연실적을 반영한 취업률 산정방식을 만들었다.

평가방식 개선에도 여전히 입장차이 존재
대학들은 사업별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획일적인 지표 적용에 문제를 제기했다. 교육부의 대학평가 지표 9개 항목<표참조>은 연구지표와 산학지표는 없고 대학의 기본 교육여건 중심으로만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은선 교과부 사무관은 “평가의 의미는 대학의 경쟁력을 측정해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교육여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대학을 추려내는데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대 기획처 관계자는 “획일적인 지표적용으로 선정된 하위 15%의 대학은 사업의 특성과 관련없이 정부 지원에서 제외된다”며 “정부와 대학에서 벌이는 사업이 수없이 많은데 9개의 지표로 대학의 역량을 측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예·체능학과의 비중이 높은 대학에선 개선된 취업률 산정방식에 문제를 지적했다. 부산 예술대학교 정병기 입시홍보팀장은 “졸업한지 얼마 안된 학생이 극단에서 작품을 하거나 전시회를 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예술대학을 대상으로 산술적 평가를 벌이는 것에 동의하지 않은 8개 대학이 대학평가에 불참하기도 했다. 2011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된 추계예술대학교 노경환 기획팀장은 “교과부 발표 후 순수예술을 추구하는 대학이 외부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고 왜곡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불참배경을 설명했다. 교과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예체능계 대학은 평가 참여여부를 대학이 결정할 수 있지만 대학평가에 참여하지 않으면 정부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대학생의 목소리 반영해야
고교 졸업자수가 2012년 64만명에서 2018년 39만명으로 감소가 예상되면서 교과부는 평가지표에서 재학생충원률을 가장 높은 비율(30%)로 책정했다. 수도권 대학과 국공립 대학은 학생 충원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지만 지방 사립대의 경우 충원률을 높이기 위해 비인기 학과를 없애고 유사학과를 통폐합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비인기 학과가 사라지거나 무리한 학과 통합으로 학과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구조조정으로 11개의 학과가 통·폐합된 원광대는 3월 총학생회가 본관건물을 점령하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용욱 원광대 총학생회장은 “대학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으로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학과 통합으로 인기학과만 남게 돼 대학의 특색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이은선 교과부 사무관은 “학교의 평판과 경쟁력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재학생 충원률이다”며 “사회적으로 수요가 없는 학과를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대학의 이기주의일 뿐이다”고 말했다.

국민대 총학생회는 10일 100명의 학생들과 함께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총장실과 기획처장실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지표 상승노력이 부족했던 대학 본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대 총학생회는 대학 본부와의 협의를 통해 대학 자체적 문제 해결을 강구하고 있다. 박신호 국민대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 차원에서 사건을 대학 내부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해 노력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은 정부의 부실대학 선정에 반대하며 16일 경기대에서 전국 사립학교 대표자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선 ‘정부의 부실대학 선정 중지’, ‘사학재단 경영비리 척결’을 안건으로 각 대학 대표들의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정용필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의장은 “방만한 경영으로 파탄지경에 이른 대학을 개혁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엔 동감한다”며 “하지만 책임을 무분별하게 대학설립 허가를 내준 정부가 아닌 학생들에게 떠넘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