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션 올킬배 스타리그가 열린 용산 I'Park E-spots 스타디움에서 만난 엄재경씨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용산에 위치한 E-sports 경기장엔 많은 사람들이 운집한다. 스타리그를 보기 위해서다. 올해 13년차를 맞은 스타리그는 그 동안 많은 스타플레이어와 진기한 기록을 만들어왔다. 그 역사의 시작을 함께 해온 게임해설가 엄재경씨(문과대 중어중문88)를 만났다.

-어떻게 게임중계를 하게 됐나
“1998년, 투니버스에서 케릭터매니지먼트사업의 일환으로 게임제작을 준비중이었다. 당시 ‘까꿍이’라는 만화의 스토리를 쓰고 있던 내가 게임스토리 제작관련해서 팀에 합류하게 됐다. 한창 스타크래프트에 빠져있을 때라 회의내내 스타크래프트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게임을 스포츠처럼 중계해보자’는 말이 나왔다. 사업을 구상하면서 적당한 해설가를 구하던 차에 담당자가 ‘게임 좋아하고 말주변이 좋은 내가 한번 해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그렇게 게임해설가로 데뷔하게 됐다.”

-방송 초기 분위기는 어땠나
“재미삼아 시작해본 일이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요즘엔 케이블프로가 공중파 못지 않은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지만 당시엔 드라마나 영화채널을 제외한 케이블 방송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런데 1회 스타리그인 99PKO 결승전 시청률이 역대 케이블방송을 통틀어 1위를 기록했다. 게임방송이 케이블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것은 당시엔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후 성공한 케이블 방송으로 여러 언론에 보도됐고 한국 최초의 게임방송국 온게임넷이 개국할 정도였으니 영향력은 대단했다.”

-선수기량과 상관없이 항상 승률을 5:5로 전망해 5할본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해설을 시작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이 게임해설가란 직업이 처음 생긴거라 배울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때 나의 멘토는 프로야구 해설가인 하일성씨였다. 비록 종목은 다르지만 하일성 씨의 해설을 듣고 크게 깨달은 것이 있다. 보는 사람을 배려한 해설이다. 예를들어 야구경기에서 누가 봐도 절대 뒤집을수 없는 상황이 닥쳤다고 하자. 그때 하일성 씨는 ‘아 이건 뒤집을 수 없는 경기입니다’라는 말 대신 ‘여기서 한점을 내는게 중요힙니다’고 말한다. 100이면 90이 TV를 끄는 상황에서 하일성씨의 말 한마디에 70, 80명의 사람들이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다. 한 경기 한 경기 의미가 있어야 보는 맛이 있는 것이다”

-브루드워로 치러진 마지막 결승전에서 혼자만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냉정한 편이다. 새로운 스타리그의 모토가 ‘Not the end, New begging’이다. 끝이지만 단순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은 밝은 느낌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해 최대한 감정을 자제했다. 우린 끝난게 아니라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본교 E-Sports 팬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미국에서 미식축구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미식축구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이 어렵다 해도 보는 것만으로 즐거울 수 있다. 게임이 어려워 관심이 없다해도 한번쯤은 경기장에 방문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마 다른 종목에선 느낄수 없는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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