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문과대 학생회의 화장실 소식지인 ‘녹두의 변(辨)’을 피드백하고 있다. ‘녹두의 변’ 옆에는 낙서장이 함께 붙는데, 학우들은 그 낙서장에 자주 글을 남긴다. 학생회에 대한 충고, 건의사항, 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 개인적인 일까지 다양한 종류의 글들이 올라오는데, 그 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글이 바로 각종 ‘고민 상담’이다. ‘지금 4학년인데,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헤어진 남자친구가 보고 싶어요.’, ‘**과 수업 중 어떤 수업이 좋은가요?’ 라는 내용의 글들을 보면서 학우들이 많은 고민거리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학생으로서 답변을 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주제로 다루게 될 ‘0학점 강의’와 같이, 학우들의 고민에 답을 하는 사업들을 기획하기도 했지만, 일상적으로 도움을 주기는 어려워 아쉬움이 많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문과대 멘토링 상담소의 개소는 환영할 일이다.

 문과대 멘토링 상담소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학우들이 고민과 걱정이 있을 때 먼저 생각나고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상담소가 존재한다는 사실 조차 잘 모르는 학우들이 많다. 지속적으로 상담소를 홍보함과 동시에 학우들이 부담 없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한다. 또한 멘토링 상담소가 워낙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질 수 도 있을 것이다. 신뢰받는 상담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다채로운 상담 프로그램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대학생활, 등록금, 생활비, 취업, 진로, 개인 관계 등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고민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대학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조언해 줄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었다. 문과대 멘토링 상담소는 학우들의 고민을 들어줄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고, 더 나아가 현실적인 조언들로 걱정과 불안을 덜어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할 것이다.

 최근 대학생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고민과 걱정, 불안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최근에 불고 있는 멘토 열풍, 힐링 열풍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답답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멘토는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소중한 한마디를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더 나아간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고민에 빠지고, 아프게 만들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 고민의 원인에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취업문, 어렵게 취업해도 불안한 노동환경, 경쟁을 강요하는 대학, 이런 대학 속에서 자연스럽게 동반되는 학업 스트레스, 높은 등록금에 대한 부담 등이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에 대해서도 우리는 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한다.

조명아 문과대 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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