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IMF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하였고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반세기 우리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세계가 놀랄만한 경제 발전을 이룩하였다. 숙련된 노동자의 근면성과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기술도입에 의한 산업발전은 특허침해를 우려할 여유도 없었고, 설사 선진국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해도 우리의 산업규모가 작고 개발도상국이라는 위치로 인해 국제분쟁으로 비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속적인 수출주도 정책과 산업규모가 커지면서 선진국의 통상공세 추이가 반덤핑관세나 시장개방의 압력에서 특허침해 제소로 변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세계적인 한국기업이 많아지면서 특허침해 제소 건수와 배상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이 세계 각국에서 벌어져 세간의 주목을 받고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온 국민이 특허침해와 한미간의 사법제도 차이까지 일가견을 갖게 된 것은 바람직하지만 혹시나 특허에 회의적이 되거나 비우호적인 특허정책은 경계해야 한다.

지난 40년간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생산이나 기술도입을 통하여 압축성장하였던 우리는 특허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IMF경제위기는 이러한 인식을 바꾸는 기회가 되었다. IMF 이후 시작된 벤처 붐은 기술 즉 특허가 돈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기존 기업들 사이에 독자적인 기술 없이는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2000년 초부터 강한 특허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거세어졌다. 이에 따라 공급자로서 대학이 부상하게 되고 일부지만 특허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하였다. 2000년 중반에 대부분의 대학에서 우수한 연구 성과를 권리화하여 관리하는 산학협력단이 설치되고 기술이전과 사업화가 추진되었다.

20세기 말부터 세계 경제는 제조업 중심에서 지식기반산업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더 많은 지식재산, 즉 특허(Intellectual Property, IP)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 FTA협상에서 미국과 유럽은 저작권을 비롯한 지식재산 보호를 강조하고 우리는 시장개방을 요구하는데서 나타나듯이 지식재산에 대한 분명한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독자적인 우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어떤 기업도 생존할 수 없으며 미래의 성장 동력은 없다. 지식기반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기준이 유형재산에서 무형재산인 지식재산으로 바뀌면서 궁극적으로는 특허(IP)가 기축통화가 될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20세기 말부터 특허로 집약되는 무형재산을 구축하여 미국 S&P 500대 기업의 경우 2002년 이미 무형자산의 비중이 전체 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자국에서 제조되는 생산품(H/W)이 별로 없음에도 과학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신성장동력 가능성이 높은 특허를 미리 확보하여 미래의 시장을 선점하고 진입장벽을 높게 하려는 국가적인 전략 때문이다. 또한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의 원인을 원천특허 확보의 실패에 있음을 자인하고 국가 차원에서 ‘지식재산전략회의’를 구성하여 지난 10년간 준비를 한 점이나 올해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3대 국정과제로 선정한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나라도 특허청이란 한글 명칭은 여러 행정적인 문제로 인하여 지식재산청으로 바꾸지 않았지만 영문은 KPO(Korea Patent Office)에서 KIPO(Korea Intellectual Property Office)로 바꿨다. 또한 지난해에는 지식재산기본법이 제정되고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발족하여 특허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인 산업정책의 흐름은 제조생산에서 특허확보로 바뀌고 있다. 21세기 지식경제로의 전환과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등장 그리고 FTA와 같은 세계화 시대에서 다시 한 번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창의력과 첨단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지식재산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세계는 지금 석유, 원자재 등 자원전쟁과 함께 무형재산인 특허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홍국선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기술지주회사 CEO
국가지식재산위원회 활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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