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류 열풍이 거세다. 일본과 중국 등 근접한 나라에서 한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불어온 가수 싸이의 열풍은 미국 대륙을 정면으로 강타하는 것 같다. 이 싸이의 활약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학생들과 나눠봤으면 한다.

15년 전쯤 이었다. 미국 유학 초기에는 영어에도 도통 자신이 없고 낯을 가리는 성격인지라 혼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물론 그 시간 동안 많은 양의 과제와 공부를 할 수 있었지만 외로웠던 사실이었다. 그 때 내게 힘이 되어준 사람은 바로 야구선수인 박찬호 선수였다. 박찬호 선수는 필자보다 조금 일찍 미국으로 건너와서 메이저리그에서 한참 좋은 성적을 뽐내던 시기였다. 박찬호 선수를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그도 아마 언어와 문화의 장벽에 부딪히고 고독과 좌절을 이겨내며 그 위치에 우뚝 섰으리라.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박세리 선수를 비롯하여 많은 골프 선수들이 미국LPGA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렇듯 한국 스포츠 스타들은 미국에서 많이 유명해졌지만 연예인들은 보기가 어려웠다. 간혹 한국의 유명가수들이 미국에서 공연을 하였지만 주로 대도시의 한인타운에서 이루어져 대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소도시에서 살던 처지로는 공연 소식만 들었을 뿐 감히 찾아갈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비전문가인 나의 눈에는 룰에 의거하여 공정경쟁을 하는 스포츠와 달리 새로운 문화를 선보이는 연예 분야는 미국 진출의 돌파구를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최근 싸이의 미국 활약상을 보면서 몇 가지 느끼는 점이 있다. 특별히 이 연예인을 칭찬하거나 홍보하려는 것이 아니고 음악과 연예계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지만, 학자로서 지금 나타나는 현상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싸이가 미국의 심장부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 케이블방송인 MTV에 출연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의 대표적인 아침방송인 NBC Today에서 공연한 것은 정말 획기적인 일이다. 그의 노래와 춤이 엔터테인먼트의 경계를 넘어 문화적 트렌드로 확장했다는 것을 미국인 스스로가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IT의 발달이다. 싸이 이전에 원더걸스라는 그룹이 미국에 와서 활발히 활동한 것을 기억한다. 한국의 인기를 뒤로하고 미국으로 건너와 어렵게 고생을 하면서 비교적 많은 인기몰이를 하였다. 미국에서 이들을 직접 방송으로 접하지는 못했지만 필자가 살았던 작은 마을의 쇼핑몰에서 음악이 흘러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싸이의 미국 진출은 원더걸스와는 상당히 다른 방식이었다.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를 기점으로 인터넷을 통하여 세계적으로 전파되었다. 이는 연예인이 출신국가에서 쌓은 명성과 경험을 버리고 직접 외국에 건너가서 활동해야만 했던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금은 IT의 발달로 세계가 더욱 가까워졌으며 세계진출이라는 꿈의 실현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세 번째로 싸이는 미국에서 한국어로 인터뷰를 하며 대한민국을 알렸고, 많은 교포들 그리고 우리들에게 한국의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미국의 유명 연예프로그램에서 싸이가 당차게 한국어로 자신의 소감을 풀어내는 장면에서 우리는 한국의 자신감을 엿보았다.

마지막으로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세계적으로 유행한 것은 아마도 이 비디오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사고를 펼쳐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또한, 이것은 우리 대학이 표방하는 Global Leader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 요소라고 굳게 믿는다. 독창적인 사고를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도전한다면 여러분도 세계 속에서 앞서나가는 인물이 될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며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맡는 것도 먼 일이 아니다. 우리 고대생들도 한층 가까워진 세계 속에서 Global Leader로 성장하길 희망한다.

정우용 약학대 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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