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한 남성이 오래 산다?’ 최근 각종 언론매체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된 이철구(생명대 생명공학부) 교수의 연구논문 내용이다. 이철구 교수는 조선시대 환관이 동시대 양반보다 평균 14년 이상 장수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남성호르몬의 부재가 환관들의 장수(長壽)에 도움이 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성별과 노화의 상관관계를 밝혀줄 중요한 열쇠가 될 거에요”

어떻게 이런 독특한 연구를 진행하게 된 걸까. 이 교수는 ‘우연히 얻어 걸린’ 연구였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민경진(인하대 기초의학과학부) 교수가 우연히 조선시대 환관 족보 ‘양세계보(養世系譜)’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연구가 시작됐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내시 열 명 정도의 수명을 확인하니 꽤 높은 거예요. ‘이거다’라는 확신이 들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그렇게 작년 봄부터 시작한 연구는 올해 가을 결실을 맺었다. 논문은 9월 24일 발표되어 생명과학분야 권위 학술지 ‘Current Biology’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 실리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남성이 여성보다 수명이 짧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이유로는 사회적 스트레스 차이, 음주·흡연 여부 등 다양한 의견이 있다. 이번 연구 결과로 남녀의 수명 차이가 근본적인 생물학적 요인에서 기인한다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 “남성호르몬과 노화의 상관성은 동물에게는 여러 번 입증되었죠. 하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밝힌 연구는 드물었기에 이번 논문은 더욱 가치가 큽니다”

이철구 교수는 앞으로 남녀의 수명차 요인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에 한국에서 개최될 세계노인과학학술대회에도 참가한다. “사람들은 과학의 속보다는 겉에 주목하는 편이라 이번 연구 결과가 ‘재미있는 토픽’ 정도로만 여겨질지 모르죠. 하지만 노화와 죽음은 모든 인간의 종착점이자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입니다. 그런 중대한 문제에 다가갈 수 있는 문을 열어준 연구 결과라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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