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최다희 전문기자
대학자율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지난 몇 년간의 일이 아니다. 1945년 해방 이후 한국 대학은 정부의 규제 속에서 운영됐지만 1970년대 이르러 대학자율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1995년 5‧31 교육개혁안 발표 이후 꾸준히 각 정권에선 대학자율화를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김대중 정부는 2002년 수업료와 입학금 책정을 자율화 시켰고 노무현 정부 또한 대학의 자유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학자율화 노선을 따랐다. 이명박 정부 역시 임기 초부터 대학자율화에 힘을 쏟으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차례에 걸친 자율화 정책을 펼쳤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2008년 4월 대학의 자율적 제도기반 조성을 목표로 ‘대학자율화 1단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주 내용은 △학생 모집단위 자율화 △교원 소속 조직 의무화 규정 폐지 △대학 내 민간기업 유치 허용 등으로 11개 과제가 확정됐다. 1단계 추진단계 이후 이듬해인 2009년 1월 학생 모집단위 자율화 등의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 개정안은 대학이 학생 모집단위를 복수의 학과 또는 학부별로 정하도록 한 규정을 폐지하고 학문 특성 등에 따라 학생 모집단위를 대학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따라 대학은 2010학년도 입시부터 학과별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됐다. 2010년부터 △연세대 △한양대 △경희대 등에서 학과제를 실시했고 본교 역시 각 단과대와 학교 본부 사이에서 학부제 폐지를 논의 중이다.

2008년에는 대학자율화 2단계 추진계획을 발표해 체감도 높은 자율화를 위해 대학과 대학협의체로부터 수요조사를 통해 시안을 마련한 후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해 시안을 수정․보완했다. 2단계 계획에서는 △학사운영 △재정 △조직‧인사 등 대학운영의 전반적인 자율권을 대폭 확대했다. 특히 대학 정원 조정 시 참고 기준인 △교원 △교사 △교지 △수익용 기본재산에 대한 확보율을 모두 전년도 이상 유지하도록 해야 했지만, 교원확보율 한 가지로 축소시켜 정원 조정이 용이해져 기초학문을 다루는 비인기학과의 퇴출을 우려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대학자율화 3단계 추진계획을 통해 20개 추진계획이 차례로 발표됐다. 대학의 자율 역량과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학부정원 자체조정 시 대학원 정원 증원 허용 △편입학 전형일정 자율화 △대학 연구비 사업별 별도 통장개설 의무 폐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 학부와 대학원 학생정원을 별도로 관리하는 방식에서 통합 관리로 바꿔 2단계에 이어 대학의 정원 조정권이 강해졌다.

변기용(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논문 ‘대학 자율화 정책의 쟁점과 대안-5‧31 교육개혁 이후의 ‘시장적’ 대학자율화 논의를 중심으로(2009)’에서 이명박 정부의 자율화 정책의 기본 방향을 △여러 가지 규제 조항 대폭 완화 △재정지원 방식 전면 수정 △국립대학의 법인화 추진으로 보았다. 신현석 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은 이명박 정권은 효율을 강조하기 때문에 자율화를 표하면서 구조개혁을 하는 등의 일관성 없는 대학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봤다. 신 소장은 “효율을 강조하니 자율성이 제한되고 반대로 자율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혼란이 생겨 또 규제를 하는 식”이라며 “상충되는 두가지 아이디어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명박 정권의 대학자율화 정책은 재정운영 관련한 행정적인 측면에서의 자유를 주었기에 교수와 학생들은 피부에 와닿는 자유를 느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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