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완연한 가을이죠? 이곳 스페인은 아직 한낮에는 30도 까지 올라가네요.

벌써 살라망카에 온지도 두 달이 되어가고 다음 주면 이제 저도 드디어 개강을 합니다. 제 전공인 서문학을 세르반테스의 조국에서 배운다는 것이 설레기도 하고 어렵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해요. 지난달에 저는 스페인의 이웃 국가인 포르투갈에 다녀왔습니다.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와서 가장 좋은 점이 바로 여러 국가의 문화를 직접 여행하며 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이웃 국가이지만 삶의 방식, 언어, 문화 등 거의 모든 면이 다릅니다. 두 국가의 민족이 혈족관계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포르투갈이 1640년에 스페인으로 부터 독립한 이래 그들은 서로 다른 국가 정체성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문화의 차이점을 보면 얼마나 다른 국가인지 알 수 있겠죠. 스페인의 전통 예술인 플라멩고는 개방적이고 열정적인 스페인인의 성격을 반영해서 다이내믹하고 경쾌합니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전통음악인 파두는 내성적이고 우울한 느낌이 납니다. 두 음악모두 삶의 애환을 표현하고 있지만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이 다르더군요.

 저는 포르투갈에서 리스본과 그 근교 도시인 신트라, 그리고 유럽의 최서남단인 호카곶을 여행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포르투갈은 유럽의 숨겨진 진주 같은 나라입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유럽을 여행할 때 독일이나 프랑스에 기대를 많이 해서 일정을 길게 잡고 포르투갈은 스페인을 여행한 뒤 잠시 들리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서유럽과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고 무엇보다 동양적인 인정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포르투갈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에펠탑처럼 모두에게 알려진 랜드마크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따뜻한 사람들과 저렴한 물가 덕분에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포르투갈이 스페인 보다는 여행하기 훨씬 수월했다는 것입니다. 스페인에서는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 같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영어가 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포르투갈에서는 공항에서는 물론 식당, 호스텔등 거의 모든 곳에서 영어를 쓸 수 있습니다. 또한 일터에서도 느긋한 스페인사람들과 달리 포르투갈의 사람들은 일 처리가 빠르고 정확했습니다.

 어느 곳에 가든지 그 곳의 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역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신트라의 아름다운 궁전보다도 호카곶의 끝없이 펼쳐지던 바다보다도 포르투갈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길을 잃었을 때 친절히 목적지 까지 저를 데려다 줬던 할아버지와 몇 유로 모자랐던 현금에도 공항까지 저를 태워주었던 택시 기사 분입니다. 조금 남기는 했지만 다가오는 겨울 방학에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포르투갈을 꼭 일정에 넣으시길 바랍니다. 그 곳에서 가장 따뜻한 추억을 만드시리라고 확신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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