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올 추석도 끝이 났다. 무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이나 연휴에 겹쳐져 더욱 아쉬웠던 민족의 대명절은 늘 그렇듯 화살보다 빨리 지나갔다. 누구는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왁자지껄한 명절이었을 테고 또 다른 누구는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힐링타임을 가졌을 터다.

나는 징검다리 연휴까지 5일이라는 기간을 첫 날은 연휴시작이라는 설렘으로 둘째 날은 추석 당일이라 정신 없이 그 이후부터는 그간 소원했던 친구를 만나거나 달디단 늦잠으로 연명해나가다가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제대로 쉬지도 놀지도 못했다는 아쉬움에 몸부림치는 똑같은 패턴으로 소비했다. 마치 인생에서 제일 후회되는 일이 뭐냐고 물었을 때, 학창시절 온전히 공부에 전념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신나게 놀아보지도 못한 어중간한 학생이었던 것을 매번 언급하는 것처럼 이번 연휴도 만족스럽다고 평하기 어려운 시간의 낭비가 아니었나 싶다.

생각해보면 1분 1초의 시간은 늘 똑같이 흐르지만, 받아들이는 상황에 따라 그 시간은 늘 상대적이다.
나른한 오후의 강의실 안, 사무실에서의 시간은 시계 초침이 나를 놀리듯이 느리게 흘러가지만 머릿속에 급히 시험범위를 우겨 넣는 벼락치기의 순간과 이번 추석연휴처럼 달콤한 휴식시간은 1시간이 1분처럼 빨리 간다. 그렇다. 추석이 끝남과 동시에 원대한 꿈을 안고 힘차게 시작했던 2012년도 어느덧 4분의 3지점을 통과해 이제는 석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매년 거창한 신년계획을 세우다 늘 실패하고 올해는 현실적인 계획만 세웠다고 뿌듯해하던 1월의 모습이 지금 내 모습에 오버랩 되지만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대로라면 실패가 목전에 있다. 이렇게 되니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는 찬바람이 원망스러울 정도다. 매년 부푼 마음으로 준비하는 다이어리에 적힌 올해의 계획은 가득한데 아직 이뤄냈다는 밑줄은 하나도 없이 깨끗하기만 하다.

승진에 필요한 자격증 취득, 외국어 시험 레벨 업, 하루 한 가지 남을 칭찬하기, 월급의 60% 저축, 1주일에 두 세 번 운동하기, 독서 등등 계획을 세울 때는 높게 느껴지지 않았던 목표들이 이제는 버겁기만 하다. 생각해보면 학점관리, 장학금, 취업준비를 위한 스펙 관리, 아르바이트로 부모님께 용돈 드리기로 일관되던 대학시절의 목표에서 일부 노선 수정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스펙과 돈, 그리고 건강으로 맥락은 같다. 나이가 들어도 크게 삶의 계획이 바뀌는 게 없는 인생이라는 게 30대가 되어 새롭게 알게 된 배움이라면 배움일까.

물론 아직 늦지만은 않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고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시간을 핑계로 포기하기는 이르다. 모두 다 실행하기에 시간의 압박이 느껴진다면 꼭 실천해야 할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수다. 누구나 이것만큼은...양보 못하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얼마 남지 않은 2012년의 4분의 1은 그 무언가의 목표 달성을 위해 주어진 시간활용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하루 중 지하철이나 버스 등 이동을 하면서 무심코 소비하는 자투리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자투리 시간에 애니팡 대신 생산적인 활동을 해보는 게 어떨까. 하다가 안 하느니 안 하니만 못한 것이 아니라 그마저도 안 하는 게 더 못한 것이다.  <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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