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각종 미디어에서 대안가족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거를 소재로 한 드라마‘옥탑방 고양이’와 독신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싱글즈’ 등을 들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사람들의 이념 속에는 정상가족이라는 의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것은 1960년대 페미니스트의 활동이 활발하게 시작돼 수 십년 간에 걸쳐 가족의 변화를 겪어왔던 서구 사회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김혜영(본교 강사·가족사회학) 씨는 “서구 사회의 대안가족은 기존의 가족 체제에 대한 안티로 등장했다. 1968년 5·8운동(프랑스 학생운동) 이후 수 십년 동안 변화해 안정적인 형태를 구축, 국가 복지 체제도 다양한 대안가족 형태를 따르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사회의 경우 대안가족이 서구와 달리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대안가족은 ‘현실성’을 그 핵심으로 한다. 수정확대가족의 경우 여러 핵가족이 자신들 스스로 가족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껴 경제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도움을 주고받고자 형성된 가족 형태이다. 수정확대가족의 경우, 정상가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가족형태를 이루기 때문에 기존의 이념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다른 대안가족들과는 달리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수정확대가족이 등장하게 된 원인은 여성의 의식이 성장하면서 맞벌이 가족은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복지 체제는 미흡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아이를 낳는 가정이 줄어들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통계청의 ‘2002년 한국사회지표’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일본이나 서구 사회의 평균 출산율 1.4%보다 낮은 0.9%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요구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수정확대가족의 ‘공동육아프로그램’이다. 수정확대가족은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받기 위한 형태로서 공동육아는 수정확대가족의 대표적 사례이다. 직장때문에 육아문제를 고민하던 중, 공동육아를 택하게 됐다는 강순옥 씨. “공동육아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은 서로 번갈아 아이들을 돌봐주는데, 내 아이들이 다른 애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를 훨씬 많이 이해하게 됐다”며 “아이들을 같이 기르는 엄마들이 이웃에 모여 사니까 공동체 마을 같다”고  밝혔다.

반면, 대안가족에 대한 다소 비판적인 평가도 있다. 함께 동거할 사람을 구하는 <아이러브 동거>사이트 가입자들은 동거를 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기 때문에”를 꼽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삶을 위해”, “사랑하고 싶은 짝을 찾아서”과 같은 이상적인 응답도 많았다.

 이에 대해 김혜영(본교 강사·가족사회학) 씨는 “젊은이들이 대안가족으로 생각하는 동거도 실제적으로는 사랑이라는 환상에 휩싸여 유연한 성 역할 분담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여성이 희생되는 결혼 후의 생활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며 “동거가 대안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성적 영역을 확장시키고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것은 현재 대두되고 있는 대안가족들이 진정한 대안이 되지 못하고 단순히 현실을 피해가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평가해 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부모 가족, 재혼 가족, 노인부부가족, 독신부부 가족, 소년소녀가장 가족, 동성애 가족과 같은 형태는 실제로 존재하는 가족 형태들이다. 이에 대해 이문숙(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씨는 “우리 앞에 엄연히 존재하는 삶을 비인간적인 가부장제의 잣대나 구태의연한 가족이데올로기로 재단하려는 것은 넌센스다”라고 설명한다. 이어 “특히 가족 규범 때문에 남편 또는 자식이 없는 이혼녀나 미혼모, 미혼독신녀를 비정상인냥 대하듯 하는 것은 여성들의 주체적 삶의 가능성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족에 대한 근본적인 이념이 바뀌지 않는 한 대안가족은 힘겨울 것으로 보인다. 사회 구성원들이 가족에 관한 새로운 이념과 대안가족에 대해 현실적인 인식을 갖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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