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최근의 감정 상태나, 근황 같은 건 글쎄. 튀고 싶어서 빼 버리는 건 아니다. ‘소감’을 쓰려고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가 먼저 떠올라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해 버렸다. 그래서 그걸 말해야겠다.

분명 나의 말로 내가 쓴 글이지만 실은 다른 이들의 말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지금 털어놓는다. 짜깁기는 아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내게 해준 말들이 없었다면 이 작은 결과물은 아예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우선 막연한 동경만 있던 내게 ‘그럼 너도 쓰면 되잖아?’하고 당연한 듯 되묻던 유나의 말. 마감 전날까지 소재가 안 떠올라서 그냥 포기한 후, 잠자리에 들기 전 생각 없이 꺼낸 얘기에 ‘그런 기회가 있으면 내 보기라도 해야지.’라며 밤을 통째로 새게 만들었던 누나의 말. 그리고 중학교 때 교지에서 읽은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글. 또한 어렸을 때부터 십대를 거쳐 이십대의 절반까지 오면서 만난 고마운 몇 분들이 해준 가능성에 대한 언급과 격려와 조언. 거기다 그동안 읽고, 보고, 들었던 수많은 창작물의 언어들까지.

이 모든 말들이 모르는 사이에 내 안에 하나하나 담겼다. 그리고 각자의 시간을 뛰어넘어 여러 가닥의 보이지 않는 끈처럼 연결 되어 여기 이 첫걸음을 딛기까지 지지해주었다. 이런 걸 언급하는 이유는 하나 밖에 없겠지. 감사해서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한 일인데 정말 신기하게도 남들이 떠올랐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생각을 품을 수 있게, 그리고 실현할 수 있게 해준 모든 도움에 감사하다. 앞으로 두려움도 지나고, 우유부단도 지나고, 무지도 다 지나친 곳에서 훨씬 나아진 모습으로 서겠다.

이웅희 미디어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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