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중국 청나라를 통치한 서태후의 일대기를 그린 것으로 ‘대지’의 작가로 유명한 펄벅이 쓴 것이다. 펄벅은 노벨 문학상까지 받은 미국의 유명한 여류작가로 어려서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들어가 누구보다도  더 중국을 사랑한 사람이었으나 제 3자인 외국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중국의 근대를 암울하게 했다고 평가되는 서태후를 현명하게 그리고 인간적인 사람으로 그리고 있다. 아마 중국 사람이 썼다면 이렇게 아름답게 묘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 서태후의 외모와 명석함, 임기응변, 집착하는 면에 대해 자세하게 보여 주고 있다. 여느 황후나 후궁과는 다르게 자신의 삶을 찾고, 만들어가려 한다는 점은 당시 여자에 대한 선입견이나 사회적 관습을 벗어나 탁월함이 있다. 서태후의 첫사랑에 대한 집착과 아들에 대한 사랑의 모습은 광대한 중국을 호령하는 여제의 모습이 아닌 여느 여자와 같은 모습으로 비춰지고, 이런 집착은 이 책의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이어지고 있고, 계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권좌의 외로움과 세속적인 여인의 모습은 서로 상반된 모습 속에 힘들어하는 모습은 당시의 진짜 서태후의 내면의 모습일지 모르겠다. 그녀는 사치스럽고 이기적이긴 하였으나 병약한 함풍제의 후궁에서 병약한 동치제의 어머니, 여러모로 의지박약했던 광서제의 양어머니임을 구실로 그녀가 집권했던
48년의 역사는 참으로 치열했다. 역사의 평가가 어떠하든 이 책은 서태후가 중국을 사랑하고 중국을 서구에서 지키기 위해 애쓴 통치자이며 영록을 사랑하며 그를 마음에 담고 있는 여인으로 그리고 있다.그 동안 서태후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조카까지 죽이고 결국은 청나라를 망하게 한 원인이 되는 무서운 악녀로 알려졌고 물론 이것은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의 서태후는 젊어서는 영리하고 지적이며 강심장이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러니까 권력을 잡아가면서는 청나라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서태후를 인간적이고 사랑을 갈망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것은 그 동안 세상을 지배한 세력인 남자의 시점이 아닌 약자인 여자작가의 시점에서 그렸졌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된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가정에서는 딸이나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겉으로는 평등한  것 같으나 여전히 불평등하고 편견에 둘러싸여 약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우리 여자들에게 들려주는 서사시와도 같은 이야기이다.

이 책은 서태후가 젊었을 때 함풍제의 후궁으로 뽑히게 되기 전인 ‘난아’라는 이름으로 살 때부터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중국의 소수민족인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의 9대 황제인 함풍제 시절로 예흐나라(난아가 궁으로 들어가며 지은 이름)는 영록이라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자신이 선택해서 황제의 후궁이 되어 궁으로 들어갔고 궁에서 많은 후궁 중 하나였으나 황제의 눈에 띠게 되어 아들을 낳고 황태후가 된다. 1861년 나이 30세로  함풍제가 서거하자 6살 어린 나이인 예흐나라의 아들인 동치제가 황제로 등극한다. 어린 황제를 대신해 정식황후였던 자안태후와 황제의 어머니인 서태후가 수렴청정을 하지만 자안태후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고 함풍제의 동생인 공친왕의 도움을 받아 서태후가 정치를 도맡아 했다. 성품이 온화하고 인정이 많던 자안황후를 시기해 그녀를 독살하였으며, 평소 생모 서태후의 강압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동치제는 궁궐을 벗어나 미복차림으로 사창가를 들락거렸고 성병에 걸려 허약해진 그는 1874년 서거한다. 그 당시 임신을 하고 있던 동치황후는 아들을 출산할 경우 자신의 지위가 흔들릴 것을 염려한 서태후에 의해 감금되고 이후 그녀는 자결하고 만다. 자신의 아들이 죽자 서태후는 함풍제의 동생과 혼인한 여동생의 아들인 광서제를 황제의 자리에 올린다. 광서제가 개혁주의자들의 영향으로 중국 정부를 쇄신·근대화하고 부패를 제거하기 위한 급진적인 계획을 추진하자, 서태후는 그를 궁중에 유폐시켰으며 이 사건으로 중국이 평화적으로 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무산되고 만다. 광서제는 허울뿐인 황제의 자리에 앉아 있다가 서태후가 죽기 하루 전 그녀의 명에 의해 독살 당한다. 서태후가 죽은 후 12대 황제에 오른 선통제가 영화 마지막 황제에 부의, 푸의로 나왔던 황제이다.

김선미 의과대 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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