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분야의 세계은행인 GCF(녹색기후기금) 유치가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인천 송도 국제도시의 33층짜리 아이타워가 전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물론 최종 인준은 다음달 26일부터 12월7일까지 카타르의 도하에서 열리는 제1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거쳐이루어지지만 국제적인 관례상 이사회에서 투표로 결정된 내용이 바뀌지는않을 것이다. GCF 사무국 유치는 우리나라의 장래와 미래 세대를 위하여정말 축하할 일이지만 마냥 들떠 있기보다는 차분한 준비가 더 요망된다. 무엇보다도 GCF가 왜 만들어지게 되었고 기금이 모금될 때까지 어떠한 과정이 남아 있으며 이때 우리는 어떠한 노력이나 자세가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방향이 있어야 한다.
원래 GCF는 2010년 12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에서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세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컨센서스 아래 시작되었다. 당시 회의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서는 선진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었다. 이로부터 1년후인 2011년 12월 제17차 회의에서 GCF사무국창설과 조직 출범을 합의하였다. 이어또 다른 1년이 지난 금년에 사무국의 위치를 확정한 것이다. 따라서, GCF문제를 바라볼 때 장기간에 걸친 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GCF가 기금을 다루는 곳은 맞지만 GCF는 단순한 은행이아니라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사실을 반드시 상기해야 한다. GCF를 단순한 경제기구인 것처럼 인식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기금의 설립목적인 지구의 기후변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고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기후변화 문제에다가갈 수 있는가와 이때 우리가 할 수있는 역할은 어떤 것이 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제일 먼저는 우리 국민 의식의 변화가 요망된다. 결과 우선주의를 탈피하고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중요시하도록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원래 유엔이나 국제적인 기관은 이른바 거버넌스적 사고를 바탕으로 충분한 기간을 갖고 협의를 통하여 결론을 도출한다. 아울러, 세계 8위의 경제력만큼 글로벌문제에 대하여도 그만큼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중요성 못지않게 주변국이나 국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는 GCF 사무국 유치국답게 기금이 당초 의도대로 잘 조성되고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충분히 검토하고 현명한 방안을 제시하여 실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2010년 총회에서 발표한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를 조성한다는 내용을 갖고도 개도국과 선진국간 해석이 다르다.개도국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1000억불씩 8년간 8000억불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선진국들은2020년까지 1000억불을 만들고 이어 7년간 1000억불씩 8000억불을 조성하면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기금을 누가 얼마나 내야 하는지와 어떤 분야에 기금을 써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와같은 국제적 현안들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어떻게 정하고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이해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돈을 내야하는 선진국들은 가급적이면 늦게 내려고 하고 있고, 기금 마련에 적극적이었던 유럽의 경제상황이그다지 좋지 못하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에서 기금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1순위 나라인 독일도 이번 유치전에 실패하였기 때문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궁금하다.
셋째는, 경제자유구역처럼 나누어먹기식 계획을 멈추고 성숙한 국가 정책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정부와 인천시가 힘을 합하여 송도를 그린 유엔(Green UN)의 중심지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번 GCF 유치 이전에 이미 송도 지역에 들어와 있는 철새사무국등과연계하고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나 녹색기후센터(GTC)도 이곳에 위치시켜 세계의 녹색 논의의 중심이 되게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송도경제자유구역을 말로만이 아닌 명실상부한 국제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홍콩이나 싱가폴을 충분히 벤치마킹하여야 한다. 본국과 왕래가 용이해야 하고 각종 행정이 국제적인 정서에 맞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의 기능을 잘 갖추어 가족들이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무국이 위치할 도시가 그야말로 기후변화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이를 위한 역할을 잘 하느냐는 물음에 충분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기후변화 문제는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가가 함께 노력해 나갈 과제이며, 정부, 산업계 및 시민들이 함께 노력해야만 풀릴 수 있는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른바 거버넌스가 중요한 달성수단이 되는데 거버넌스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제적 관심사업을 유치하고 성공하는 일은 결코 일회성이 아니
며, 충분한 실리를 갖는 것은 더욱 어렵다. 꾸준히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는 명분이나 노력이 뒷받침되고 아울러 국가와 지역으로부터 충분한 지원과 관심이담보될 때 GCF사무국의 성공적 운영도달성될 것이다.

최계운 인천대학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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