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우리나라가 환경분야의 IMF라 할 수 있는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GCF) 유치에 성공했다는 낭보를 접한 후 필자는 탁 하고 무릎을 쳤다. 드디어 우리나라에, 정확히 말하자면 송도에 번듯한 국제기구 하나 들어오겠구나 상상을 하자니 국내 인력 고용부터 송도 부동산 시장, 관련 컨벤션업계의 성장, 국가브랜드 제고 등 긍정적인 효과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다. 사실상 지난 2010년말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16차 UN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16)의 합의사항 -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불의 기후변화 적응 및 대응(climate change adaptation and mitigation) 기금 조성- 을 담당할 조직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기금 조성에 합의만 한 것이지 아직 기금이 모인 것은 아니므로, 올해 연말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될 COP18을 비롯 후속 회의들을 통해 GCF 운영전략 및 지역별, 수원국별 지원프로그램 등이 수립되는데 향후 1~2년 이상 소요될 것이다.

사실 장황하게 이미 여러 언론매체에서 보도했던 내용을 다시 되짚은 이유는 엉뚱하게도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필자는 동양사와 정치학을 전공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국제개발협력 공부로 이어져 지금의 개발원조 분야의 취업에 이르렀다. 사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내 꿈은 국제기구 취업이었다. 생일인 10.24일이 달력에 국제연합일로 씌여있길래 이게 뭔가 하고 부모님께 여쭤본게 발단이 되어 그날 태어난 것이 마치 운명이었던 것처럼 뉴욕 UN 본부에서 일하는 것을 상상하곤 했다.

대학을 졸업한지 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 꿈은 유효하다고 생각하며 내 꿈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닌다. 개인적으로 사람을 판단할 때도 “꿈이 뭡니까”라는 질문에 5초 미만으로 주저하다가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30대 중반에 다가서다보니 주변 사람들은 이제 좀 현실감각을 가지라거나 더 이상 맞지 않는 큰 신발에 허덕거리며 자책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난 모든 청년들에게 현실감각은 가지되 꿈은 유지하라고 말하고 싶다. 취업의 압박에 고통받고 있는 청년들에게 내 얘기가 너무 일요일 브런치같이 들릴까.

보험을 팔면서 건축가를 꿈꿀수도 있고,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하면서 시나리오 작사를 꿈꿀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얘기하는 꿈은 일관성있는 꿈이다. 원하는 목표가 분명하고 끝이 잘 안보이지만 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면 그 언저리에 있는 거다. 그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이는 시속 150km의 고속도로로 달리고, 어떤 이는 국도로 천천히 가기도 하며, 또 다른 사람은 가던 방향을 틀어 유턴을 하기도 한다. 도달하는 시기와 방법이 다를 뿐인지 어디로 가는지만 확실히 안다면 시간이 오래 걸려도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필자는 10년째 유사분야에서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그러나 불안하지는 않다. 기획재정부에서 매년 말 실시하는 국제기구 취업 FAIR도 지속적으로 이력서를 넣으며 면접도 보고 현실감각도 익힌다. 6개월에 한번씩 영문 이력서도 재검토하며 마음을 다지기도 한다. 혹시 알까? 비록 꿈에 그리던 국제기구 취업은 아니더라도 이렇게 준비하다보면 국내에서라도 전문가가 되어있지 않을까.

꿈을 되새겨봤으면 한다. 없다면 찾아라. 그리고 가급적이면 전세계로 눈을 돌렸으면 한다. 삼성, LG, 현대, SK, 공기업만 볼 것이 아니라 코스모폴리탄의 시각에서 국제적 감각을 키웠으면 좋겠다.


<아유르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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