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훈 감독은 두려움 3부작 <벌이 날다>, <괜찮아, 울지마>, <포도나무를 베어라>로 무거운 주제를 극도의 리얼리티로 표현해 토리노, 테살로니키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두려움에 맞서는 인간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줬던 민병훈 감독이 6년 만에 생명 3부작 중 첫 번째인 <터치>를 들고 나와, 우리 주위에 생명의 온기를 불어넣고자 한다.
터치는 알코올 중독으로 국가대표 선발에 탈락하며 사격부 계약직 교사가 된 동식(유준상 분)과 가계를 위해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며 돈을 받고 불법적으로 노인들을 요양원으로 옮기는 일을 하는 수원(김지영 분) 부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동식이 사격부 학생을 뺑소니치고, 동식의 어린 딸이 갑자기 사라져 성희롱을 당하는 등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 수원의 가족이 기적 같은 ‘용서’와 ‘터치’로 인해 모든 것을 극복해낸다는 이야기다. 영화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싶다는 민병훈 감독과 1일 부천시청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영화와 20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제목 터치의 의미는 무엇인가
“영화를 통해 한국사회의 이면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안락사, 임용비리, 병원비리, 성폭력, 음주문제, 종교문제 등이 영화 속에 실타래처럼 꼬아져있다. 누군가는 이 부분을 ‘터치’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불편한 주제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을 알지만 이것이 사회의 그림자이자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잘 산다고 하지만 여전히 자살률 1위에 머무는 것은 ‘터치’가 부족한 데서 비롯됐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도록 해 나도 누군가를 ‘터치’해야겠구나 용기를 내도록 하고 싶었다”

-터치는 생명 3부작 중 1편이다. 생명 3부작을 시작한 의도는 무엇인가
“생명이 점점 소멸돼가고 있다. 육체적 생명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 생명도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무기력증, 우울증, 왕따 등이 대표적이다. 소통하지 못하고 고립되는 부분들이 영화를 통해 사회와 직면해 교류할 수 있도록 건드렸다”

-러닝타임 99분 동안 숨죽이며 보게 된다
“이 영화는 무겁고 진지해야할 영화이다. 그래서 폭주기관차처럼 쉬지 않고 달려서 관객들이 주인공의 치열한 삶을 그대로 마주하도록 했다. 관객들을 일부러 불편하게 할 의도는 없었지만 생소하고 어두운 주제를 보며 낯설어할 수도 있다. 우리는 무엇의 이면에 대해 너무 침묵한다. 영화의 기능은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것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발언을 모두 담아내려고 했다”

-민병훈 감독의 영화에선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지만 인생이 꼬이는 주인공이 많이 나온다
“주인공을 통해 약자를 응원하고 싶었다. 주인공 모두 객관적으로 사회적 약자이며 선도 악도 아니다. 영화 속 ‘수원’은 어떻게 보면 이상한 여자다. 그런 수원이 우리일 수도 있다. 관객이 선악을 명확히 구별할 수 없는 주인공을 보며 자신의 거울로 삼길 의도했다. 주인공이 외부 역경보다 알코올 중독과 같은 내부 역경을 극복하는 게 급선무였던 것처럼 관객도 영화 속 거울을 보며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요즘 대학생들의 영화 감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고 사회의 이면을 바라보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곳이다. 대학생들이 오락영화만 선호하는 것은 문제다. 오락영화 속 사회적 강자를 좇는 것은 재미없지 않나. 대학생이라면 약자를 향해 이야기하는 배려와 명석하게 사회적 발언을 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대가 터치를 봐야할 이유가 있다면
“요즘 대학생들은 사회를 향해 생각하고 발언할 줄도, 누구를 위해 살 줄도, 누구를 터치할 줄도 모른다. 누구와 어떤 사회적 관계를 맺을지 고민하지 않는다. 어디에 취업할지는 알지만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정부나 사회를 탓하기 보다는 나와 사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수익보다 영화의 보편적 보급을 위해 노력한다고 들었다
“내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소통하기 위함이다. 영화가 메시지를 던져주고, 메시지를 실천으로 옮기는 힘이 되길 바란다. 내 영화가 10명만 움직여도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로 인해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세상을 움직이려는 사람이 10명이나 된다면 정말 큰 성공 아닌가. 지식만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가슴속으로 파고들어온 감동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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