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에 따르면 현대사회는 위험사회이다. 역설적이게도 오늘날의 위험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근대성의 실패가 아니라 ‘성공’에 의해 발생한다. 벡은 현대 문명이 낳은 위험은 과거와 달리 우연적이지 않으며, 사회체계 자체에 탑재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위험의 대표적인 예가 핵 발전과 광우병이다. 

현대 먹거리체계는 생산성과 효율성 논리를 기반으로 20세기 이후 발전해왔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사회에 적합한 형태의 먹거리 생산, 유통, 소비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거대 농식품기업들이 중요한 행위자로 등장했다. Cargill, ADM, Monsanto, Bunge, Tyson 등 소수의 기업들이 수직·수평적 통합을 통해 곡물, 종자, 사료, 육류 가공, 농약, 비료, 유전공학 등 농식품체계 전반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먹거리 생산은 산업화, 전문화, 세계화되었으며, 소농들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한편 소비자들은 내용을 잘 알 수 없는 식품의 수동적 소비자로 전락했다.

음식 문화에 있어 20세기의 중요한 변화 중 하나가 육식의 증가이다. 특별한 의례 음식이던 고기가 대중화되고, 상시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이는 물론 경제성장과 깊이 관련된다.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적 개발주의 시대에 소득의 증가가 이뤄졌고, 이는 육류 소비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러한 고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육류 생산 체계가 발달했다. 흔히 공장형 축산이라고 불리는 ‘집중가축사육시설’(Concentrated Animal Feeding Operation: CAFO)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공장형 축산은 제한된 공간에 다수의 가축을 가둬두고, 집중적으로 사료를 먹여 단기간에 체중을 늘리는 생산 방식이다. 전 세계 고기의 약 40%가 이런 공장형 축산으로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장형 축산의 목표는 과학기술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고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공장형 축산 발전에 미국 정부와 대학 실험실들이 큰 역할을 했다. 사료 효율성을 높이고, 고기의 양을 늘리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밀집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전염병에 따른 치사율을 낮추기 위한 방법들이 모색되었다. 가축용 비타민 보조제, 항생제, 백신, 살충제, 성장 호르몬 등이 개발되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는 논밭을 가는 생산수단이자 재산목록 1호였다. 하지만 이제 ‘일소’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소는 고기로서 생산될 뿐이다.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공장형 축산 과정을 잔잔한 어조로, 그러나 매우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폴란은 목장에서 만난 어린 송아지를 통해 소의 생애를 보여준다. 반추동물인 소는 출생 6개월 정도까지만 풀을 먹고, 이후 적응 훈련을 거쳐 3/4가 옥수수인 사료를 먹게 된다. 보통 하루 32 파운드의 사료를 먹으며 몸무게를 늘린다. 반추동물인 소는 풀을 먹지 못해 반추위가 팽창하고, 산중독, 설사, 궤양, 장독혈증 등에 시달린다. 이에 따른 소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다량의 항생제가 투여된다. 또한 공장형 축산 시설의 소들은 배설물 위에서 먹고 잔다. 이는 심각한 박테리아의 위험을 낳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장균 O-157:H7인데, 이는 사육장 소의 40%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O-157:H7은 인간에게 식중독을 일으키며, 심각한 신장 질환 및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이윤 극대화와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공장형 축산은 인류에게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했다. 바로 광우병이다. 100% 치사율을 보여주는 신경 퇴행성 질환인 광우병은 1986년 영국에서 처음 보고되었다. 이후 영국 정부의 자국 쇠고기 안전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광우병은 걷잡을 수 없이 발병했고, 결국 영국은 440만 마리의 소를 도살 처분해야 했다. 그러나 광우병 쇠고기를 먹은 사람들이 인간광우병(CJD)으로 죽어가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210명에 이른다. 긴 잠복기로 인해, 앞으로 언제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발병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광우병은 소를 소에게 먹이는 공장형 축산의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1997년 금지되기 전까지 소의 부산물을 소에게 먹이는 것은 값싸고 편리한 단백질 공급방법으로 여겨졌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공장형 축산이 치명적인 위험을 낳았던 것이다.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축산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철규 문과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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