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의 유명 쇼핑센터인 ‘한샤트르’에 갑자기 젊은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친구를 만나러 나왔거나 쇼핑을 하러온 현지의 젊은이들에게 전통과 현대가어우러진 수준 높은 우리 문화를 선보이기 위해 아스타나 한국문화원에서 기획한 게릴라 콘서트가 열렸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수교 20주년을 기념하여 현지에서 열린 한-중앙아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한 50여 명의 학자들과 이 공연을 보았다. 학술회의를 하루 앞두고 열린 전야제를 겸했기 때문이었다. 마이크가 연결되고 게릴라 콘서트의 시작을 알리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자 공연장 주변으로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유목민의 천막을형상화하여 지붕을 반투명한 유리플라스틱으로 덮은 독특한 이 건물을 구경하느라 잠깐 한눈을 판 우리는 이미 무대에서 저 멀리 뒤로 밀려나 있었다. 싸이의 음악이 흘러나온 지 채 2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해금 연주와 민요, 태권무용에 이어 싸이의 음악이 다시 나오자 등장하자 우리는 아예 제일 뒤로 밀려나 있었고, 쇼핑센터의 2층, 3층의 난간에서 콘서트를 구경하던 이들까지 말춤에 흠뻑 빠져들었다. 필자는 옆에서 팔과 다리를 들며 말춤을 추는 현지인들과 몸이 닿는 바람에 제대로 사진을 찍기조차 힘들었다. 순간 화려한 쇼핑센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주위가 스텝으로 변해버린 느낌이 들었다.

학술회의 둘째 날 현지 학자 중 한 분은 발표 중 자신이 며칠 전 친지 결혼식에 참석해서 받은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공개하며 질문을 던졌다. 이날 하객들이 집단으로 ‘강남 스타일’에 맞춰 말춤을 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현지 학자는 “혹시 대한민국에서 정책적으로 흥행을 시키는 것이 아닌지? 그렇지 않다면 한가수의 노래가 카자흐스탄 전통결혼식의 관습까지 바꿀 수 있겠느냐”는 것이 그 학자의 지적이었다.

이 지적에 대해 발제자는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한류에 대한 설명으로 답을 했지만, 현지 학자는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한 눈치였다. 대중가요를 부르는 가수의 등장, 인기 폭발의 원인에 대해 궁금해 하는 카자흐스탄 현지 학자의 이날 질문과 전날 말춤에 열광하는 현지인들을 보면서 학술회의 기간 내내 ‘카자흐스탄에서 싸이는’ 이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보았다. 필자에게 싸이는 이번 학술회의에 참가한 중앙아시아와 한국학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통일시키고 마음을 하나로 엮어준 ‘끈’이었다.

김상욱 카자흐스탄 한인일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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