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19일은 투표권을 가진 온 국민이 각자의 권리를 행사하여 5년간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이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대선 후보들은 국민 앞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다음과 같은 업적을 남기겠습니다”하고 선거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번 선거운동은 그 면모가 미래 지향적이기 보다는 다분히 과거 회귀적이라는 평이다. 선거캠페인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정당과 정당 사이에, 또 정당과 정파 간에도 합종연횡이 일어날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러면 그러한 상황에서 국민은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는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일까? 유권자로서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음과 같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 후보자 또는 그가 속한 정당이나 단체가 이제까지 어떤 대국민 활동을 해왔는가를 잘 살펴보고, 다음 임기에 그들이 펼쳐나갈 주요 정책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들이 지닌 정치이념에 대한 이해와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후보의 행적이 청렴결백한가, 후보가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사랑하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맡은바 사명을 다할 인물인가를 꼼꼼하게 검증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전직 대통령의 행적을 새삼 조명해보면 열 명 모두 전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는 각각 미흡한 점이 있다. 사실 민주주의라는 틀에 맞추어 우리의 역대 정치지도자를 평가하면 그 가운데 누가 최고라며 언쟁을 할 필요가 없다. 역대의 각 지도자마다 ‘성과’와 ‘과실’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통해 각 시대의 지도자에 대한 감성적인 평가는 차츰 사라지고 이성을 통한 냉철한 평가가 작동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1948년에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은 독립하였다. 그리고 독립한 이후 지금까지도 두 나라는 자원부족, 상존하는 전쟁의 위협, 안보 문제 등의 국내외 사정으로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다. 필자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상적인 한국적 지도자상을 구축하는 데에 보탬이 되고자 이스라엘의 전설적인 한 정치지도자의 삶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인물은 바로 벤구리온! 벤구리온은 수상직을 13년간이나 지냈고, 그 외에 국방장관을 필두로 하여 여러 부처의 장관, 국내 노동총연맹의 최고직, 미국을 비롯한 해외의 유태인 기관의 장 등을 두루 지냈다. 이렇듯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가 남긴 유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필자는 1973년 연구차 이스라엘에 체류하고 있었다. 그 해 12월 1일, 전직 수상인 다비드 벤구리온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국영방송을 통해 흘러 나왔다. 이스라엘 국가가 조용하게 울려 펴지는 가운데 네게브 지방의 키브츠인 스데 보케르(Sde Boker)에 있는 그의 살림방이 영상을 통해 반복적으로 소개되었다. 아주 조그마한 생활공간이었다. 야전침대와 담요 두어 장, 그리고 평범한 책상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책상 위엔 유대인의 성경책 한 권, 필기도구 몇 가지, 몇 개의 컵이 올려진 쟁반 하나, 독서용 스탠드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것들이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벤구리온이 소유했던 것의 전부였다. 이것은 바로 최고지도자로서 지닌 절대권력을 사적 이익을 위하여 남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벤구리온의 철학을 여실히 보여주는 면모였다.
이러한 청렴한 삶의 모습은 바로 우리 국민이 열망하는 부정부패 없는 지도자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벤구리온은 ‘고통스런 양보[Painful Concession]’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아랍과의 관계에서 영토를 포기해서라도 평화를 지켜야한다는 벤구리온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었다.

벤구리온이 보여준 이러한 의지는 바로 인류가 공유해야할 무엇보다 가치 있는 유산인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벤구리온 같은 지도자를 선출하도록 유권자들이 모쪼록 신중한 고려를 통해 현명한 선택을 하길 간절히 바란다.

김용기 정경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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