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문학이란 자신의 기원인 민족 국가의 영토를 벗어나 ‘바깥’에 거주하는 이산인의 문학을 일컫는 말이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은 민족 공동체, 동일성에 기반을 둔 ‘민족주의’를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한민족 공동체라는 동질성의 확인이 아니라 한국인이 바깥에서 경험하게 되는 타자화된 삶을 통해 인종적 정체성, 젠더, 탈식민주의 등의 연구로 전환되는 것이다. 재외 한인의 거주 지역별로 이주 동기, 배경 특성, 인적 자원에 따라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은 각기 다른 발전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세대를 거듭해 오며 점차 재외 한인의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화되고 제3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앙아시아 고려인문학
일본 제국주의 무지한 발이 고려의 땅을 짓밟은 지도 벌써 오래다./ 그놈들은 군대와 경찰과 법률과  감옥으로 온 고려의 땅을 얽어 놓았다./ (중략)/ 보라! 농촌에는 땅을 잃고 밥을 잃은 무리가 북으로 북으로, 남으로 남으로, 나날이 쫓기어가지 않는가?/ 뼈품을 팔아도 먹지 못하는 그 사회이다. 도시에는 집도, 밥도 없는 무리가 죽으로 가는 양의 떼 같이 이리저리 몰리지 않는가?/ 그러나 채찍은 오히려 더 그네의 머리 위에 떨어진다-/ (중략)/ 주림과 학대에 시달리어 빼빼마른 그네의 몸뚱이 위에는 모진 채찍이 던지어진다.
                                                      -조명희 <짓밟힌 고려>(1928) 中
러시아지역으로 이주한 이주민은 생존을 위해 소련의 정책에 따르면서도 우리 민족의 전통 또한 잊지 않는 이중적 특성을 갖고 있다. 구소련지역 한인들의 문학 활동은 망명한 조명희를 주축으로 하여, 1923년 ‘선봉’이라는 신문의 문예란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이후, 러시아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고려인 문단은 말살상태에 처했는데, 1938년 발간된 우리말 신문 <레닌기치>를 토대로 고려인문학이 재활성화 되기 시작했다. <레닌기치>는 4기로 나뉘는데 1기는 1953년까지로 강제이주로 인해 자유로운 문필활동이 어려웠던 시기다. 2기는 1985년까지로 고려인들도 공화국 시민으로 인정돼 왕성한 활동을 했으며 3기는 1990년까지로, 문화적 해빙기를 맞아 민족감정의 문화적 표현이 허용됐다. 4기는 현재까지 이르는 시기로 고려인문학은 과도기를 맞아 작품의 내용에 뚜렷한 특성이 없다. 현재 대표적인 작가로 한글로 소설을 집필하는 미하일 박이 있다. 그는 <해바라기>가 재외동포 문학상을 받으며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고향의식에 대한 경도와 탈민족적 사고라는 양가적 가치를 동시에 들어낸다. 고려인 문학은 주로 이산과 정착의 과정에서 겪은 고통이나 사회주의 체제협력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한편으론, 후대로 갈수록 한글 창작이 가능한 작가가 드문 현실 속에서 기존의 문학작품에 대한 발굴과 보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재일 한인 문학
그리고 백성오는 그것을 서로 이야기하고 그렇게 확실한 말로 표현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그것을 이미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기 민족에 대하여 난생 처음으로 애정과 신뢰를 느꼈다. (중략) 성오는 이제까지 자기 자신도 포함하여 조선인이라는 자기 민족을 경멸하고 있었다. 또는 절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자료를 더듬어 가는 동안에 ‘조선인은 결코 못난 민족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닫고 손에 땀을 쥐는 심정으로 자기들 조선인과 민족이라는 것을 완전히 다시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하여 희망이 솟아났다. 그리고 이제는 그 자신도 그 역사 속에 있다! 역사는 만들어 지는 것이다.                             -김달수 <현해탄>(1952~1953) 中

일제감정기와 분단이라는 한민족의 특수한 사회, 역사적 배경은 재일 한인의 삶과 정체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재일 한인 문학은 1930년대에 본격적으로 출발해 기아와 궁핍에 허덕이는 농민들, 일제의 수탈에 저항하고 일제 식민 지배를 비판한 내용을 다뤘다. 1940년대에 등장한 김달수 등 1세대 작가들은 주로 조국의 사회, 역사적 현실을 주제로 다루면서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조국의 운명이나 해방에 무관할 수 없는 작가의 현실인식과 조국 지향의 정서를 드러낸다. 2세대의 문학적 특징은 이방인이라는 현실을 수용한 채 귀환의 장소에 대한 믿음을 버렸다는 것이다. 2세대의 대표적인 작가 이희성은 <다듬이질하는 여인>으로 66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3세대 작가들은 모국도 일본, 어느 쪽도 아닌 재일하는 존재로서 인간적 보편성을 그려내고자 했다. 가네시로 가즈키는 대표적 신세대 작가다. 그는 재일 한인의 정체성을 참신한 시각과 팝 감각으로 이끌어 낸 <Go>로 재일 한인 최초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재일한인작가들은 일본 사회의 주변부이자 소수자인 자신들의 삶을 응시함으로써 보편적 휴머니즘과 인간 내면의 심연을 통찰하려 했다.

재미 한국인 문학
괴뢰군 일개 중대와 어느 골짜기에서 야밤중에 부닥뜨려 총검으로 백병전을 치른 거야. 양쪽이 모두 돌격했는데 처음엔 정규 백병전 같았지. 그러나 잠시 후부터는 쌍방이 온통 뒤범벅이 되어 난투전이 벌어졌어. 문제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인 데다 양쪽이 모두 한국말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어. 우리가 어느 쪽을 죽이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네. 모두 똑같은 언어로 “누구야, 너 누구야?”만 외쳐대고 있었으니 말일세. 처음엔 당황해서 멈칫거렸지만 그것도 잠시고 모두가 뭐랄까.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혀 그저 닥치는 대로 죽여대는 거야.
                                                           -김은국 <순교자>(1964) 中

미국 이민자 대부분은 미국 시민권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백인 주류 사회일지라도 다민족 국가 체제라는 점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재일 작가 1세대들의 작품이 강렬한 민족의식과 한반도 정세와 밀접하게 잇닿아 있는 비극적인 현실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면, 재미 1세대 작가들의 민족의식은 다소 ‘회고’ 적이며 개인적, 미래지향적 색채를 띠고 있다. 애국애족과 현실비판, 선진문물과 정신에 대한 추구, 이민생활의 애환 등이 주제를 이뤘다.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김난영의 <토담>이나 차학경의 <딕떼>같은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 특히 김난영은 <토담>에서 유교적 가치간과 미국적 사고방식의 충돌, 세대차이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을 중심으로 초기 이민사회를 탁월하게 묘사해 퓰리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00년대로 들어와서 한국계 미국인 작가 돈리는 다분히 동화된 미국인의 시각으로 기존의 스테레오 타입을 해체했다.

재중 조선족문학
“나비는 아마 이 곳이 제집인줄 알고 들어왔나 봐요.”
“나비는 제집 같은걸 찾아다니지 않소.”
“그건 왜요?”
“나비는 집이 없으니깐.”
“나빈 집이 없어요?”
“그래. 있는 줄 알았소?”
“날아가 앉는 곳이면 다 나비집인줄 알았죠.”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게 사는 것이 더 편할지도 모르고.”
                                        -허련순 <누가 나비의 집을 보았을까>(2003) 中

이주 초기 조선족의 대부분이 절대적 빈곤에 처한 농민들이었기 때문에 문학 활동이 일어날 만한 여건이 이뤄지지 못했다.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조선애국문화계몽운동’의 영향과 ‘문화교육사업’등에 의해 문학 활동이 전개됐다. 이 시기 문학은 제국주의와 봉건주의를 반대하고 민권옹호와 자유평등, 문명개화를 주장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1920년대에 무산계급 문학이 대두, 발전한 시기였던 만큼 문학 속에 계급간의 모순과 대립, 투쟁이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것을 중요시 했다. 1945년 광복이후 조선족문학은 일본의 식민 통치에서의 해방을 즉각 작품에 반영해 해방의 기쁨과 감격, 토지개혁을 비롯한 민주개혁, 항일 투쟁을 형상화했다. 그러나 1966년 5월부터 10년 동안 진행된 문화대혁명 시기는 조선족 당대 문학의 수난기로 많은 문인들이 박해를 받았으며 민족문화, 민족정신, 민족감정에 대한 논의는 금지됐다. 1990년대에 들어선 중국은 개혁개방으로부터 시장경제의 도입을 거치면서 많은 사회적 변화를 경험했고 조선족 문학은 다원적인 복합사회의 다양한 모순을 파헤치면서 적극적으로 새로운 현실을 탐구해나갔다. 2000년대 초반에는 새로운 디아스포라 체험과 관련된 작품이 폭발적으로 발표된다. 허련순은 <누가 나비의 집을 보았을까>를 통해 조선족의 밀항선 체험을 소재로 조선족의 실존적 삶을 탐구하려 했다.

재중문학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산의 경험을 반영하고 있으며, 다원적인 복합사회의 다양한 모순을 파헤치며 적극적으로 새로운 현실을 탐구하려 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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