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탁은 이제 세계화되었다. 지구 곳곳에서 생산된 먹거리가 밥상 위에 오른다. 별 생각 없이 먹는 한 끼 식사를 통해 호주산 쇠고기, 미국산 콩으로 만든 된장, 중국산 양파를 만난다. 후식으로 먹는 포도는 칠레산이고,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마시는 와인은 프랑스에서 생산된다. 일부 음식점에서는 미국산 쌀이 사용되고 있다.

19 8 0년대부터 개방되기 시장한 한국의 농산 물 시장은 19 95년 W TO ‘농업협정’(Agreement on Agriculture)에 의해 세계자유무역 체제에 완전히 편입되었다. 자본축적과 식품체계의 변화를 이론화한 식량체제이론가들은 ‘농업협정’을 기점으로 기업식량체제(Corporate Food Regime)가 출범한 것으로 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되어왔던 국민국가 단위의 식량 생산 및 소비라는 패러다임이 해체되고, 농식품의 자유무역을 강조하는 새로운 체제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농산물 수출국들인 미국, 호주, 캐나다, 브라질 등에 의해 추진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이해 당사자는 초국적 농식품 기업들이다.

특유의 폐쇄성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농산물 부문에 대한 소수 기업들의 과점적지배는 매우 심각하다. 미국의 경우, 상위 4대 기업들에 의한 시장 집중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쇠고기 도축의 82%, 대두 가공의 85%, 옥수수 가공의 87%, 그리고 식료품 유통의 약 50%가 각 부문 상위 4개 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몇몇 기업들에 의한 식량 지배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준다. 한국은 매년 엄청난 양의 곡물을 수입한다. 옥수수, 소맥, 대두의 경우 곡물 4대 메이저(Cargill, ADM, Bunge,Louis Dreyfus)에 대한 수입 의존 비율이 각각 62.4%, 46.8%, 46.3%이다. 소수의 외국 기업들에 식량 수입을 의존하는 것은 불안정한 세계 곡물시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위험하다.

극도로 낮은 한국의 곡물 자급률을 고려하면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3% 정도이다. 쌀을 제외하면 현실은 더 열악하다. 최근 들어 빈번하게 나타나는 국제 곡물시장의 불안정성은 식량위기와 애그플래이션의 원인이 되고 있다. 2008년 식량위기의 예를 통해 알 수 있듯, 자유무역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주곡의 자급자족을 포기한 국가들은 결국 기아와 식량폭동을 경험했다. 국제 곡물가격의 폭등은 제3세계 서민들을 고통에 몰아넣은 반면, 초국적 농식품 기업들에게는 큰 이익을 안겨주었다.

2007-2008년 식량위기 기간 동안 세계 3대 곡물기업의 이윤은 103%, 3대 비료기업의 이윤은 139% 증가했다. 세계화된 기업식량체제에 의해 지배되는 식탁은 2중의 위험을 안고 있다. 하나는 식량의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식량은 과잉 생산되는데, 약 8억의 인구가 굶주리고 있다. 다른 하나는 정체를 잘 알 수 없는 안전하지 않은 음식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광우병, 식품 첨가물,잔류 농약 등으로 불안해한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최근 로컬 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로컬 푸드는 글로벌 푸드의 문제를 넘어서기 위해 ‘거리’에 주목한다. 이때 거리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생산지와 소비지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것이 로컬 푸드이다. 둘째,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사회적 거리가 줄어야 한다. 가능하면 면대면(面對面) 관계를 지향한다. 생산과 소비 사이의 물리적·사회적 거리를 줄이고, 신뢰를 쌓아 먹거리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로컬 푸드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글로벌 푸드는 장거리를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화학 보존제가 사용된다. 소농들은 유통업체의 하청 노동자가 되고, 소비자들은 생산과정을 알 수 없는 식품을 먹는 수동적 소비자로 전락했다. 극도로 상품화된 글로벌 푸드는 사회적으로나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반면 로컬 푸드는 사회·생태적 정의를 강조한다. 농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며,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고, 환경도 생각하는 것이 로컬 푸드이다. 구체적인 로컬 푸드의 예로는 공동체지원농업, 생산자-소비자 직거래, 생활협동조합등이 있다. 근처에 있는 생활협동조합의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이 로컬푸드에 참여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먹거리에대한 앎이 삶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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