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은 일반적으로 사회시스템통합을 잘 일구어냈습니다. 미국의 경우 각 자치주들을 하나로 통합한 국가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유럽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각 나라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연합을 만들었습니다. 국토 중앙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여 남북을 연결한 브라질과, 유교문명과 가족공동체를 바탕으로 통합된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이제 경제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멕시코는 시스템통합 면에 있어서 조금 뒤쳐져 있습니다. 멕시코에서 시스템통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현지인으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멕시코 사람들은 정돈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멕시코 제일대학인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의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각 단과대 도서관과 중앙도서관, 연구실도서관 등 이 대학교가 소장하고 있는 도서량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러나 이 도서관들 모두를 하나로 통합하는 시스템이 미비하기 때문에 원하는 책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직접 각 도서관들을 찾아 다니는 발품을 팔며 자신이 필요한 책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에 익숙해져 있지 않은 교환학생들은 큰 불편을 겪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멕시코 학생들은 이를 불편해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시스템통합의 필요성이, 각 기관의 강한 권한과 이음동의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비단 각 기관의 권한뿐 아니라 각 개인의 개성까지도 큰 가치를 두기 때문인지, 멕시코(적어도 멕시코시티)에서는 다른 인종이나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지수가 매우 낮습니다. 대학교에서 각 학생 개인들은 교수와 함께 수업을 만들어갑니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따지고, 심지어 교수대신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는 이 학생들의 ‘근자감’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수업 내용이 산발적이 되기 쉽지만, 교수가 전달하는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각 학생들의 이야기가 터져 나오는 교실에서, 결국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가는 것은 학생 자신입니다.

물론 이곳 멕시코에서도 버스와 지하철 교통을 통합하는 것이 내년까지 계획되어 있는 등 시스템 통합의 노력이 천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시스템 통합이 가능해져서 소모비용이 절감되면 멕시코 또한 경제적으로 더 부상할 것입니다. 멕시코는 브라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남미 패권국가이며, 2012년 기준으로 GDP는 이미 한국을 넘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이미 시스템통합을 한껏 일궈낸 한국에서의 각 기관의 권한과 개인의 개성문제는? 한국이 멕시코에 기술과 프로세스를 수출하는 것처럼, 멕시코로부터 개개의 근자감을 수입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성까지의 통일을 보여주었던 노스페이스 사례나, 다를 것 없는 대선후보들의 공약들이 더 이상 씁쓸하게 기억되지 않도록 말입니다.

강동현(문과대 서문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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