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친인척을 대상으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속속 밝혀지며 끊임없이 일간지면을 채우는 권력형 비리 이야기들, 이젠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정권 말에으레 있는 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도대체 얼마나 해 먹었으며 어떤 방법으로 해 먹었는가 이런 것들만 궁금해진다. 어느 순간 비리에 대해 분노하게 만드는 역치가 한껏 높아져 버린 것은 아닌지, 어느 정도 대단한(?) 소식에는 흥분조차 되지 않는다. 이러다 혹시라도비리에 대해 아예 무감각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무서운 생각까지 든다.
올해 초 홍콩 소재 기업 컨설팅 연구기관인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PERC)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낮을수록 부패함)는 아시아 주요 16개국중 11위로 하위권이다. 중앙 정치지도자, 국가공무원,관세, 인·허가, 처벌제도의 실효성, 기업환경 등에서 부패가 심화되었고, 우리나라의 부패지수는 최근 6년간지속적으로 악화돼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최근 원자력 발전소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10년동안이나 핵심 부품의 품질 보증서를 위조해 한국수력원자력에 납품한 사실이 밝혀져, 이 부품을 집중적으로사용한 영광 원전 5,6호기는 연말까지 가동이 중단되게되었다. 최고의 안전등급을 유지해야할 원전에 10년씩이나 위조 부품이 공급됐다니 충격이다. 원전 하나에는200만개 부품이 들어가는데 그 많은 부품 중에서 보증서가 위조됐거나 성능이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얼마나 더 많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번에 8개 업체가 한꺼번에 발각된 것은 이런 종류의 비리가 상당히일반화돼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고리 원전 1호기에서 옛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가정한 결과, 최악의 경우85만명이 숨지고 628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모의실험결과가 이미 나온 바 있다. 이번 겨울 전력수급난으로 인해 예상되는 추위는 감히 사상 최대의인재(人災) 가능성을 예상할 때 느껴지는 추위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우리나라를 한 방에 날려 버릴만한 스펙터클한 비리로 대두된 이 문제는 처음에는 ‘나만 그러는 거 아니다, 다 이렇게 해 먹는 거다.’라는 생각에서 시작된게 아닐까? 위에서부터 시작되어 서서히 무감각해지게 만들면서 나라 전체를 좀먹는 비리, 이러한 비리를저지르는 사람이나 지켜보는 사람 모두 한없이 무감각해지다보면 그 결과는 ‘자멸’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도대체 대한민국 국민 몇 명의목숨이 좌우되는지를 생각해 보면 비리를 근절하기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게임을 합리화시키는 비리공화국의 일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은 우리의 목숨 값이 그만큼 가볍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것이 아닌가. 비리의 주체가대통령이든 말단 직원이든 엄중하게 다스려지지 않는나라에서 비리의 뿌리는 절대 뽑히지 않을 것이다.계속되는 실망 속 정치 불신과 이로 인한 무관심은
대한민국을 더욱 썩게 만드는 데 일조할 뿐이다. 얼마남지 않은 대선, 눈 크게 뜨고서 새로운 윗물들의 맑기에도 주목해야 한다. 대한민국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비리, 목숨 걸고 감시하고 경계해야 할 일이다. <늘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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