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탑 MRI김민경한겨레 사회부 기자
‘진짜로, 살려주이소!’
5년 전 자신을 ‘청년 백수’라고 소개하며,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경제대통령이 될 수 있는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를 뽑아 달라 했던 한 사람이 있었다. 찬조 연설이 나가고 ‘동원된 게 아니냐’며 그를 비판하는 누리꾼들도 있었지만, 취업의 어려움과 어떻게든 그 문제를 국가가 해결해주길 바라는 마음만은 전국 공통이었을 거다.

하지만 슬픈 건 그가 찾던 일자리를 만들어 줄 거라 눈물 흘리며 믿은 그 후보가 대통령이 됐어도 그는 여전히 행복하지 못하단 것이다. 5년간 듣지 못했던 이영민 씨 소식은 그의 어머니를 인터뷰한 <나·들>을 통해 얼마 전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150만원의 월급과 정규직 일자리를 주는 회사 취업을 미루고 찬조연설에 참여했지만, 그 뒤로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지 못했던 듯하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2012 대학생유권자연대’가 7일 전국 500명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다음 대통령이 가장 우선해야 할 것으로 ‘일자리 창출’(29.2%)을 꼽았다고 한다. 9월에는 한국고용정보원이 전국 1000명 대학생에게 창업 의향을 물었더니, 63%가 의향이 있으며 그 중 35.6%는 커피숍·식당을 열고 싶다고 응답했다. 자본이 없어 그렇지 돈만 있다면 누가 이 취업난을 어렵게 뚫고 싶겠는가. 결국 ‘대학 4학년’들은 1주일에 1.7일만 학교에 나오고 나머지는 취업 준비를 하게 될 수밖에 없다. 박성호 새누리당 의원이 217명 서울 지역 대학교 4학년을 설문조사 한 결과다. 절반 가까이(45.2%)는 당연히 5학년 등록을 하겠다고 답했다. 새삼스레 놀랄 일도 아니다. 상황이 이러니 당연히 누구나 취업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정치인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세상 어떤 대선 후보가 “나는 일자리 못 늘려준다”, “나는 일자리 창출엔 관심 없다”라고 말하겠는가. ‘일자리 만드는 대통령’ 이야말로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유일한 분야가 아닐까. 정책을 꼼꼼하게 비교해보면 된다고? ‘기업 프렌들리를 통한 경제성장’을 내세운 사람도, ‘재벌 개혁’을 내세운 사람도 취업 부담을 덜어주진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각 임기 중에 300만, 250만개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약속했었다. 이 실패 때문인지 지금 세 후보들도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면서도 목표치 제시엔 주춤하고 있다 한다.

정치인에게, 국가에게 가장 크게 요구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인 것은 현 상황에선 자연스런 결과다. 조금 덜 고통스럽고,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으니까. 하지만 결국 숫자로 밖에, 개개인의 결과로 밖에 평가되는 ‘일자리 창출’이란 구호 말고 조금 다른 식으로 열망을 풀어보는 건 어떨까. 당장 내 눈앞에 질 좋은 일자리들을 가져다 놓으라는 건, 이미 실현가능성이 없는 요구다. 그렇다면 일자리 몇 개 만들겠다고 주장하는 걸 보지 말고, 예를 들면 조금 덜 고통스럽도록 등록금·등록금 대출이자를 낮추거나, 정규직을 늘리거나, 의료보험을 강화한다거나, 싼 집을 빌려주거나 저리로 대출을 해준다거나…. 좀 더 구체적인 삶의 필요 하나하나를 두고 따져보면 어떨까. 결국 그런 것들을 충족시키고자 일자리를 원하는 것일 테니까. 세 번은 속지말자. 아마도 대학 때의 마지막 대선투표가 될지도 모를 텐데, 이번에 속으면 다음엔 일자리만이 문제가 아닐 것이다.

김민경 한겨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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