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쌓이는 계절이 되면 학교는 선거철에 돌입한다. 하지만 올해는 교내가 되레 여느 때보다 조용하다. 선거 운동의 새로운 트렌드나 새로운 방식이 나온 것이 아니다. 단지 선거 운동을 하는 사람도 관심을 갖는 사람도 줄었기 때문이다.

이미 선거가 치러진 안암캠퍼스 16개 단과대 중 8개가 단선으로 학생대표를 선출했다. 아직 입후보 절차가 진행 중인 단과대도 있어 이런 경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보과대는 단과대 학생회장 출마후보가 아예 없어 대안을 강구하는 상황이다. 단선으로 치러진 단과대 중에는 문과대와 정경대도 포함됐다. 그나마 학생회가 활발하다고 평가받는 단과대에서도 이번 선거에서는 간신히 후보만을 내는 수준에 머문 것이다.
단선에 이어 연장투표도 어느새 관례가 돼버렸다. 학내에는 단과대와 학부, 각 과반의 학생회장 선거를 연장한다는 알림이 곳곳에 붙어있다. 그리고 그 기일 연장만으로 선거일정을 무사히 마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일부터는 총학생회의 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다행히도 총학생회는 경선이 예상되지만, 적은 투표율을 사이에 두고 그들만의 치열한 표다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학생회를 운영해갈 학생대표자의 어깨가 무겁게 됐다. 무관심속에 당선된 학생대표자에 귀 기울이고 동참할 학생은 그만큼 적어지고 있다. 새로운 대학문화에 맞는 학생회의 정체성과 역할의 재정립이 강조되지만, 역할 재설정으로는 현재의 고사화를 막기는 힘들다. 여기에는 학교의 구성원이 아니라 고객이 돼버린 학생들이 이제는 학생회 활동에서도 고객이 되려는 무의시적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대통령 선거에서도 반복될까 두렵다. 고객이 되어버린 후 주어지는 미래가 학생들이 기대하는 미래는 절대로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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