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공수업에서 팀플을 하다 아주 미안한 상황을 겪었다. 팀원 한명이 교수님께 피드백을 받기로 했는데 바빠보여서 물어보지도 않고 내가 대신해서 받았다. 어차피 팀원 모두가 같은 점수를 받는 구조여서 내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친구는 원칙을 어겼다며 많이 속상해 했다. 결과적으로 팀플도 썩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진 못했다. 아직도 그 친구에게 정말 많이 미안하다. 선의로 시작한 일 이었는데, 결과는 내가 예상한 방향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이 같은 경험은 나 개인에게만 그치지 않는 게 세상이다.

날씨도 추워지고 본격적인 입시철이다. 본교도 주말만 되면 수시 전형에 응시하는 수험생과 같이 온 학부모로 학교가 북적인다. 2년 전 나의 대입과정을 떠올려 보더라도 수많은 입시전형에서 갈팡질팡 했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 입학사정관제가 본격 도입되기 전이었으니, 지금은 더 다양한 제도가 수험생들 앞에 도열해 있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입시철만 되면 전형의 과도한 다양화가 사교육비를 부추긴다며 우려한다. 하지만, 지금의 입시정책은 그 옛날 학력고사 시절 점수에 의한 줄 세우기를 막기 위한 개선책에서 발전한 것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점철 되어 있다(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라는 유명한 영국격언이 있다. 안타깝지만 우리의 선의가 온전히 전달되기엔 미래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수 많은 변수를 내포했다.

다음 달 19일로 예정된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마다 연일 경쟁적으로 대한민국을 부국강병으로 만들기 위한 공약을 내세운다. 그들의 공약이 진정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들이 자신하는 결과는 너무 이상적이다. 그들은 자신의 공약 이면까지들여다 보는 것일까. 국민의 마음을 얻기위한 일방적인 선의의 질주가 치밀한 악의만큼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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