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한 통 왔다. 자신의 친구가 너무나도 자랑스럽다는 제보였다. 친구는 최근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조혈모세포 기증 조건이 부합하는 환자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면식 없는 타인에게 기증이 가능할 확률은 약 2만분의 1. 그는 망설임 없이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기로 결정하고 12월 초로 일정을 잡았다. 한 사람의 생명의 가치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한 사람, 김원일(문과대 노문08) 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조혈모 세포 기증을 결정한 김원일(문과대 노문08)씨.

- 기증 서약은 많이 하지만 실제로 기증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들었다. 어떻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게 됐나
“2008년 우연한 기회에 헌혈을 했어요. 그때 조혈모세포 기증 동의서를 받더라고요. 별생각 없이 서명했죠. ‘설마 내게 연락이 오겠어?’ 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7월 말 저와 기증 조건이 맞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 기증 방법과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요즘에는 기술이 발전해 조혈모세포촉진제를 맞고 헌혈하듯 채혈할 수 있는 ‘말초혈 조혈모세포 기증’이라는 방법을 많이 쓴다고 해요. 일단 사흘 동안 입원한 상태에서 피를 뽑는데 피로감, 근육통 등이 발생하지만 크게 아프지 않다고 합니다”

- 조혈모세포 기증의 부작용은 없나
“조혈모세포 기증이라고 하면 흔히 척수액을 뽑는 등 거창한 시술이 동반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또 ‘성기능이 저해된다’, ‘골다공증에 걸린다’는 등의 오해들이 있다고 해요.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에서 기증자에게 이런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는 없고, 조혈모세포 기능 역시 2~3주에 안에 정상으로 회복된다고 합니다”

-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
“부모님께 제일 먼저 말씀드렸는데 심하게 반대하셨어요. 심지어 기증에 응하면 의절하겠다는 말을 하실 정도였죠. 그래도 저는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데 기증을 위한 입원이 걸림돌이 될 거라 생각하셨나 봐요. 개인적으로 칭찬하고 독려해주실 것으로 믿었는데 많이 안타깝습니다. 수술 때까지 힘닿는 대로 설득해보려 합니다”

- 기증받을 환자를 만나본 적 있나
“환자와 기증자 간 대면은 금지돼 있어요. 순수한 의도로 만나는 것이라면 굳이 금지할 필요가 없겠지만 아무래도 대면하게 되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들이 있을 테니까요. 환자를 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서 각막을 이식받는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녀시대 ‘윤아’의 이미지로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 기증자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나
“무리한 운동을 하지 않고, 다치지 않게 주의해야 합니다. 혈관이 상하면 안 되니까요. 또 제가 흡연자라서 담배도 줄여야겠죠. 기증 일주일 전부터는 금연할겁니다”

- 기증 후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
“특별하게 정해진 건 없어요. 기증 절차를 완료하고 퇴원하면 환자분과의 인연은 거기까지에요.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무에서 무로 돌아가는 과정’이라면 괜찮은 비유일까요. 단지 그 과정에서 한 생명이 살아나는 거죠”

- 다른 학우들에게도 기증을 권유하고 싶나
“주제넘은 말일지 모르겠지만 ‘고대생’이라면 주저 없이 기증 서약을 하고, 또 실제로 기회가 주어졌을 때 기증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린다는 생각을 하니 삶의 활력을 얻는 것 같습니다. ‘기증하면 부작용이 있다’는 등의 유언비어에 혹하지 않고 고대생으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현하면 어떨까요? 생명을 살리는 일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많은 생명들이 밝은 세상을 다시금 볼 수 있는 날을 꿈꿔봅니다”

조혈모세포란?
조혈모세포는 피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라는 뜻으로 ‘골수’라고도 부른다. 자가 복제 및 분화를 통해 백혈구, 적혈구 및 혈소판 등의 다양한 혈액세포를 만드는 기능을 한다. 난치성 혈액 질환, 유전성 대사 질환, 선천성 면역결핍증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방법으로 조혈모세포 이식이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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