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클라시코가 있는 밤, ‘FC 엘리제’의 단체 카톡방은 분주하다. “난 바르샤에 천 원!” “누가 요즘 바르샤에 거냐? 난 레알에 이천 원!” 우승팀 내기부터 치밀한 경기력 분석까지 카톡이 쉼 없이 쏟아진다. 그런데 이 공간의 주인공들이 여대생이라면 어떤가. 여학생으로만 구성된 축구 동아리 FC 엘리제의 주장 김다현(사범대 체교11) 씨를 만났다.

▲ FC엘리제가 2012 K-리그컵 여자대학클럽축구대회 3위를 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 | FC 엘리제

FC 엘리제는 2007년 탄생했다. “그전에도 모여 운동을 했는데 2007년 K리그가 주최하는 축구대회에 출전하면서 정식 동아리가 만들어졌어요” FC 엘리제는 체육교육과 소속 동아리인 만큼 대부분이 체육교육과 학생이다.

FC 엘리제는 1학기 국민대배 전국대학여자축구동아리 대회에서 우승, 2학기 K리그컵 대학여자클럽축구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는 별다른 수상 실적이 없었지만, 올해엔 거둔 성과가 컸다. “정말 기뻤죠. 뒤풀이 때는 기뻐서 펑펑 울었어요. 국민대배대회는 1학기에 졸업한 언니들의 마지막 대회여서 더 의미가 있었어요. 2학기 K리크컵 대회는 팀의 주축이었던 언니들이 빠진 상황이어서 걱정이 컸거든요. 팀원들이 많이 도와줘서 이뤄낼 수 있었어요”

연습은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 실시한다. 요즘처럼 쌀쌀할 때엔 생활체육관에서 연습하기도 한다. “평소에는 패스, 트래핑 등 기본기 연습을 해요. 그러다 대회가 가까워지면 포지션 별로 전략을 짜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다른 대학 여자축구팀과는 달리 FC 엘리제에는 코치가 없다. “책을 찾아보고 ‘이 전술 괜찮다’, ‘이거 연습해보자’하는 식이죠” 하지만 FC 엘리제는 부족한 전문성을 선후배 간의 끈끈한 팀워크로 채워냈다. “다른 학교는 후배가 실수하면 선배가 욕을 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희는 ‘쟤 핸들링 반칙했어’, ‘쟤 알깠어’하고 놀리며 넘어가요. 후배들이 주눅 들지 말아야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죠” 

여학생들만 축구를 하니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다. “언젠가 남자선배가 가슴 트래핑을 알려줬어요. 남자에겐 쉽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 선배가 ‘이걸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 지 모르겠다’며 부끄러워하는데 저희는 그 모습을 보고 킬킬댔죠”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다른 여대생들에 비해 즐기며 몸 관리를 할 수 있지 않냐고 묻자 다현 씨는 멋쩍게 대답한다. “맛있는 음식에 대해 유혹을 느끼는 것은 여느 여학생과 다르지 않아서 운동하면 꼭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가요. 그래서 솔직히 다이어트 된다고는 못 말하겠어요”

축구를 하다 보면 너무 힘들어서 목에서 ‘피 맛’이 난다는 다현 씨는 올해로 주장 임기가 끝나도 계속 FC 엘리제에서 축구를 할 예정이다. “제가 바라는 건 내년에도 지금의 팀원들이 모두 남아서 팀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는 거예요. 물론 축구에 열정이 있는 타과생이나 13학번들도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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