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도 ‘고려대역’, ‘정대후문’, ‘중앙광장’이 있다. 자연인이 아닌 건물 및 가상의 대상으로 만들어진 SNS 가계정이다. 본교와 관련된 가계정은 이미 10개가 넘는다. 가계정은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 대표성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이용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본교와 관련된 가계정을 통해 SNS 가계정 문화를 알아봤다.

▲ 일러스트 | 양승우 전문기자

800여 명의 친구를 둔 페이스북 가계정 ‘고려대역’은 고려대역의 지하철 막차 시간과 내부시설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자신을 사범대 12학번이라고 밝힌 ‘고려대역’ 운영자는 “본교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고려대역의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가계정 ‘정대후문’은 정대후문 주변의 편의점과 음식점의 정보를 알려준다. 익명을 요구한 ‘정대후문’ 운영 학생은 “정대후문에 거주하는 학생으로서 주변 생활정보와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정환(문과대 국제어문12) 씨는 본교 관련 가계정에 대해 “소소한 정보를 제공해 흥미롭고, 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에서도 가계정이 정보를 제공하고 학생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서강대의 페이스북 가계정 ‘김대건관’은 학내 건물의 이름을 차용했다. ‘김대건관’은 건물이 살아있는 듯 한 느낌을 주며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유승환(서강대 전기공학과07) 씨는 “학생들을 하나의 공간으로 모아주는 효과가 있다”며 “그 공간에서 동아리 홍보 등이 활발히 이뤄져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SNS 가계정이 긍정적인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계정의 불명확한 지위와 역할로 인해 개인적인 용도로 악용되기도 한다. 최근 본교와 관련된 페이스북 가계정 ‘호상’에 대한 논란이 일어 운영자가 스스로 계정을 삭제하는 일이 있었다. 가계정 ‘호상’ 운영자는 ‘호상’을 통해서 만난 여대생과의 술자리 사진을 올리거나 본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처음 학생커뮤니티 사이트 고파스에 ‘호상’ 가계정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했던 닉네임 안암각시탈(가명, 의과대 의학과09) 씨는 “호상은 본교와 관련된 소재로 만든 계정임에도 학교와 관련 없는 개인적인 사생활을 올리며 본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많은 학생들이 문제를 공감해 계정 운영자가 스스로 삭제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페이스북의 가입 및 계정 보안은 개인 계정을 한 개 이상 만들 수 없고, 정확한 최신 연락처 정보가 등록돼야 하는 등 실명과 실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실명 가입이 아니어도 계정운영엔 지장이 없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가계정 생성을 제한하거나 실명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충원(미디어07) 씨는 “신원을 밝히지 않는 가계정을 만드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라며 “굳이 신원을 밝히지 않고 활동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기창(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계정의 사용을 제재하는 것은 배타적인 행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타인을 가장한 가계정 혹은 가계정을 통해 특정인이 피해를 입은 부분이 있을 땐 가계정의 사용을 제재하는 것이 마땅하나, SNS를 실명으로만 운영하라는 것은 지나친 제약”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SNS에서 관계를 맺는 것은 서로의 관계가 믿을만하거나 흥미를 끌 때 통제 없이 이뤄지는 나름의 네트워크로 인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올바른 SNS 가계정 사용을 위해선 이용자의 인식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경희대의 페이스북 가계정 ‘사색광장’ 운영자는 “익명으로 운영되다 보니 학생을 선동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운영은 최대한 자제한다”며 “가계정을 학생들의 광장으로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권헌영(광운대 과학기술법학과) 교수는 “SNS는 공론의 장에 자신의 의견을 내는 공간”이라며 “SNS은 공개된 일기장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와 관련된 가계정일 경우 가계정의 일기는 더욱 개인의 일기가 아닌 공적인 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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