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소통연구회(회장=최용철 교수)는 창립 5주년을 기념해 22일 본교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제4회 심포지엄 ‘소통(疏通), 서로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말하다’를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SNS를 보는 상반된 관점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관점 △우울증의 원인에 대한 상반된 관점에 대해 각각 2명의 연사들이 차례로 발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최용철 학문소통연구회장의 개회사와 강선보 교무부총장의 축사로 시작됐다. 최용철 회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SNS, 민주주의, 우울증을 각 세션의 주제로 선택해 통합적 이해와 소통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여주는 자리이다”라고 말했다.

제 1세션: SNS,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수단인가? 개인 사생활 침해의 수단인가?

SNS가 삶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일상과도 밀접한 영향을 맺게 됐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SNS를 이용한 데이터 마이닝과 그 사례를 소개했다. 권헌영(광운대 법학과) 교수는 SNS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사생활 침해 문제에 대해 발표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소셜 빅데이터 마이닝(Social Big Data Mining)을 통한 사회 이해 시도’를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빅 데이터란 기존의 관리 및 분석체계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데이터 집합이다. 이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텍스트 마이닝 기술은 특정 분야 전문가에 의존하던 기존 트렌드 분석과 달리 수많은 소셜 미디어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치화해 전체의 생각을 뽑아내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성되는 방대한 소비자 데이터는 사회 트렌드와 소비자의 생각을 분석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데이터 마이닝 기법은 마케팅 분야에서 쉽게 응용할 수 있다. 송길영 부사장은 특정 이미지가 구축된 후시딘, 마데카솔, 메디폼 등과 달리 이미지 구축이 부족했던 한 의약품의 예를 들었다. 송 부사장은 “멍을 치료하는 제품이었는데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어린아이들은 멍을 치료하지 않는 반면, 젊은 여성들은 가정 폭력 등으로 오해를 살까봐 화장으로 멍을 가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데이터 마이닝 통해 해당 기업은 여성을 주 고객층으로 삼고 포장에 신경 쓰면서 매출 증가 효과를 봤다. 원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는 데이터 마이닝 효과를 잘 보여준 사례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행동패턴 분석이 사회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한사람의 생각은 주관적일 수 있지만 여러 사람의 의견이 모이면 객관성을 가지게 된다.

두번째 연사로 나선 권헌영(광운대 법학과) 교수는 SNS를 통한 소통의 용이와 빠른 정보 습득은 인정하면서도 “SNS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SNS를 ‘공개된 일기장’이라 명명했다. 권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SNS가 공개된 일기장이라는 것을 모르고 정보를 입력하기 때문에 나의 행동에서 나온 정보가 어떻게 쓰일지 예측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가 지적한 SNS의 문제는 SNS환경에서의 프라이버시다. SNS에 공개하는 정보의 범위와 양에 따라 개개인의 프라이버시의 관점은 다를 수 있다. 권 교수는 “개인정보에 대한 스스로의 능동적 관리를 통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SNS의 또 다른 문제는 ‘우리가 쓰는 공개된 일기장이 누구의 것이냐’는 것이다. 권 교수는 “남의 일기장에 나의 일기를 쓴 꼴이 돼버린다. 더군다나 SNS의 약관을 점검하거나 분석하는 사람에서 더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문서는 개인의 뜻을 확인하고 증명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법학적으로도 중요한 위상을 갖지만 SNS는 사람의 진정한 의사를 반영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다. 권 교수는 “사람의 진정한 뜻을 발견하는 법학적 원리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선 SNS에 대한 본질적인 틀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 2세션:민주주의를 보는 서로 다른 관점 간의 대화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한국은 민주주의가 점차 정착돼왔다. 박흥규(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김선혁(정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누구의 노력이 필요한가에 대해 발표했다.

박흥규 교수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공고화 과정을 거쳤지만 수준이 질적으로 향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19대 총선 과정에서 정치엘리트의 수준이 향상됐는지에 회의적이다. 정치엘리트는 지위, 지식, 기능 등에서 일반 사람보다 우월해 사회의 각 영역에서 독점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그룹이다. 박 교수는 “민주주의를 이해하는데 다양한 접근 방식이 있지만 민주주의의 질적 향상을 위해 정치 엘리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흥규 교수는 “엘리트 민주주의의 이론적 근거로는 철학자 플라톤(Plato)과 밀(Mill)이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톤은 민주주의를 지지하지 않은 대표적인 철학자다. 플라톤의 주요 저작 중 하나인 <Politics>에는 국가 성격을 지배자의 수와 법의 준수 여부에 따라 왕정, 참주정, 귀족정체, 과두정체, 민주정체로 분류한다. 올바른 정체인 ‘왕도적 통치’는 다섯 개 정체 분류 기준과는 달리 지식이 분류 기준이다. 따라서 지혜로운 왕만이 지식을 소유하고 대중은 이러한 지식을 얻을 수 없다. 반면 민주주의자인 근대 철학자 밀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제시한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문제는 다수가 선거를 통해 뽑은 ‘대표’가 ‘지역 주민들을 대리하는 자’인가 혹은 ‘권리를 부여받은 수탁자인가’이다. 밀은 후자를 지지하며 대표가 무지한 다수의 대중의 판단이나 의지의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정치리더십에 관한 해외 사례로는 미국 32대 대통령 루스벨트(F. D. Roosebelt)가 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0년대 국가와 행정부의 기능을 강화시키면서 대공황을 극복한다. 반면 영국의 수상 대처(Thatcher)는 1970년대 큰 정부를 비판하고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박흥규 교수는 “정반대의 정책을 편 두 인물의 공통점은 현명한 정치가가 어리석은 시민들을 구제한 보답으로 루스벨트는 4선의 위업을, 대처는 총선 3연패를 달성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에 김선혁 교수는 시민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는 시민의 참여가 없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시민 참여 부재 시 불만이 늘어나 항의나 시위의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비용 또한 증가한다.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토크빌(Tocqueville)은 미국과 유럽을 비교하며 미국 민주주의의 유지와 발전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을 중시했다. 시민의 정치참여는 개인의 자유 보호와 국가의 권력 견제, 권력 분산 등의 기능을 한다.   

현대 정치학이나 현대 민주주의 연구에서 시민참여는 필수적이다. 시민적 문해도(市民的 文解度, civil literacy)는 시민들이 사회나 정치, 정부에 효과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의미한다. 시민적 문해도가 높을수록 강한 민주주의다. 김 교수는 민주주의의 질은 시민의 질을 높이지 않고는 결코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민주주의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선 정치리더십과 시민참여가 상호보완이 돼야 한다”며 “시민참여가 정치리더십을 발휘시키는 바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높은 질의 민주주의는 정치리더십과 시민참여의 질이 동시에 향상돼야 하고 특히 관련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의 개발, 정책적‧사회적 관심과 노력 또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제 3세션:우울증, 몸이 말하는 질병인가? 사회가 만들어낸 질병인가?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살은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와 떼놓을 수 없다. 우울증에 대해 한성열(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심리학적 측면에서, 이민수(의과대학 의학과) 교수는 의학적 측면에서 바라보았다.

한성열 교수는 우울증에 대해 ‘한국사람들은 우울한가요? 아님 억울한가요’라는 주제로 우울증에 대해 알기 위해선 먼저 한국과 외국 간의 문화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주의 문화에서 일인칭 주어는 나(I)인 반면 한국에선 나와 너를 합친 우리(we)가 쓰인다. 개인주의적 문화에서 많이 쓰이는 self는 ‘자기(自己)’라는 개념이다. 한 단어에 함축된 의미는 그 사회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반영한다. 서구에서는 너와 나는 독특한 존재이며 개인이 자기 삶의 주체가 되고 독자적으로 완성된 기능을 한다. 남과의 경계가 분명한 서구에선 외로움과 불안정이 존재해 서양에는 이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다. 반면 한국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정서는 불안이 아니다. 한성열 교수는 한국에선 ‘나’라는 단어 자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근에 self라는 개념이 들어오긴 했지만 전통적으로 우리에게 자기라는 개념 자체가 별로 의미가 없다. 한 교수는 “서구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혼자 있을 때의 불안보다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모를 때의 섭섭함이나 화병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람들에겐 화(火)가 제일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부정적 감정이다. 따라서 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심리학자나 의학자들이 많다. 한 교수는 우울증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서구인들이 느끼는 우울과 한국인들이 느끼는 우울의 내용이 같은지를 먼저 알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수 교수는 ‘우울증에 대한 정신의학적 이해와 치료’에 대해 설명했다. 단순한 우울감이 하루 이틀 지속되는 것은 우울증이 아니다. 우울증은 우울감으로 적어도 2주 이상 정상적인 일을 못하고 신체적인 이상을 가져오는 질환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보통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높은 편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수 개월에서 수 년씩 지속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우울증은 개인적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경쟁력도 많이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우울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유전적 요인, 신경생화학적 요인, 생활스트레스, 성격 요인, 인지적 요인 등이 있다. 이 교수는 “열등감이나 자기비하 등의 성격 자체가 우울증을 걸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인 취약점과 신경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히면 우울증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은 우울증 치료 가능성에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이 교수는 “적절한 시기의 치료로 90% 이상이 완치되며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우울증의 재발율은 6개월 이내 25%, 2년 이내 30~50%, 5년 이내 50~75%이다. 감기가 낫고 다시 걸리는 것처럼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도 재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야 한다. 이 교수는 “우울증 치료에서 의학이 차지하는 부분은 굉장히 적다. 의학을 통한 우울증 치료의 다음은 경제, 정치, 심리의 몫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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