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우 전문기자
시장 구조 이해 통해 공정가격 달성해야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22일 휴대전화 보조금을 과도하게 지급하는 이동통신사에 5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 처벌을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했다. 기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규제수준을 넘어 법적차원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행정당국의 보조금 규제 이유에 대해 방통위 전영만 통신시장조사 과장은 “일부 소비자에게 과도한 보조금이 집중돼 같은 상품을 두고도 가격차이가 기형적으로 발생한다”며 “비싸게 산 사람이 싸게 산사람의 비용을 대신 내주는 ‘비용의 전가현상’을 막기 위해 보조금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오프라인 가격 불평등 여전해
방통위의 보조금 규제에도 불구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간의 가격은 심각한 불균형을 보였다. 이러한 차이의 원인중 하나는 온·오프라인별로 다른 할부원금 정책이다. 통신사는 판매처의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휴대폰 가격의 하한선을 지정한다. 하한선을 어길 경우 방통위로부터 영업정지 등의 처벌을 받기 때문에 판매처는 하한선보다 더 싼 가격에 휴대폰을 팔 수 없다. 이때 오프라인 매장의 하한선이 온라인 매장의 하한선보다 높게 책정된다. 오프라인 매장의 특성을 반영해 온라인 매장보다 하한선을 좀 더 높여준 것이다. 실제 온·오프라인 매장의 가격 하한선을 살펴보면 대개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이 5~10만원 정도 높았다.

보조금이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과정에서도 가격차이의 원인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보조금은 통신사가 고객에게 주는 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다르다. 기기가 팔릴 때마다 통신사는 판매자에게 판매수당(리베이트)을 주는데, 판매자는 통신사로부터 받은 판매수당 중 일정 부분을 판매자 재량으로 고객에게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이때 온라인 판매자가 오프라인 판매자보다 고객에게 보조금을 더 많이 주면서 가격차이가 발생한다. 이는 온·오프라인 휴대폰 판매자가 이윤을 추구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휴대폰 판매자는 자신의 매장에서 가입한 고객이 내는 통신료의 5~7%가량을 매달 인센티브로 받는다. 고객 확보가 쉬운 온라인 업체는 판매수당 중 많은 양을 보조금으로 지급해 고객수를 늘린 후 인센티브 수익을 확보하는 판매전략을 쓴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업체처럼 다수의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워 인센티브 보단 통신사 판매수당에 의존해 소비자에게 주는 보조금 액수가 적다.

신당역 주변 핸드폰 판매점에서 ‘갤럭시노트Ⅱ’의 가격을 알아본 결과 대부분의 업체가 출고가 108만원 근처에서 할부원금을 책정했다. SK텔레콤 ‘T월드’의 이승렬 판매원은 “갤럭시노트Ⅱ의 경우 보조금을 주지 않기 때문에 출고가를 그대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고성근 씨는 “기기당 판매수당이 60만원이면 우리는 ‘갤럭시노트Ⅱ’의 하한선 88만원에 맞춰 20만원은 보조금으로 지원해주고 40만원의 이윤만 취한다”고 말했다. 결국 판매처의 특성을 이해하지 않은 방통위의 일방적인 보조금 규제는 시장간 가격파괴를 막을 수 없었다.
<가격차 원인> 1. 온라인보다 5~10만원 높은 오프라인의 가격 하한선
              2. 온,오프라인 업체 간 소비자에 지급하는 보조금 차이
              3. 고객 확보가 용이한 온라인 특성

정책 틈 노린 부작용 생겨나
심지어 가격 하한선을 어기고 시중보다 훨씬 싼 가격에 휴대폰을 판매하는 온라인 폐쇄몰까지 등장했다. 폐쇄몰은 방통위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계약시엔 하한선에 맞춰 기기를 팔고 개통 후 구매자의 개인통장으로 판매수당의 대부분을 추가 지급하는 방식을 이용한다. 판매수당을 포기하는 대신 보유 고객 수를 대폭 늘려 인센티브만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다. 폐쇄몰을 운영 중인 D회사는 출고가 108만원의 ‘갤럭시노트Ⅱ’를 39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러한 초특가 판매로 D회사는 현재 2만명 가량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달 통신사로부터 1억원 수준의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폐쇄몰과 같은 방식으로 휴대폰을 팔되 2~3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 게릴라식 판매로 감시망을 벗어나는 소위 ‘스팟’까지 등장했다. ‘스팟’에선 휴대폰을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소비자가 몰리고 있으나 이에 따른 피해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휴대폰 판매업자가 구매자에게 주기로 한 현금을 지불하지 않고 회사를 닫아 버리는 것이다. 방통위 홈페이지에는 이와 관련해 하루에도 수십 건씩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방통위는 온라인 감시팀을 만들어 이러한 업체를 수시로 적발하고 조사팀이 온라인 매장의 사무실을 방문해 장부와 거래내역을 확인하여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다. 기업의 가격경쟁을 방통위가 강압적으로 규제하다 보니 변칙적인 방법이 생겨나는 것이다.

규제에 대한 엇갈린 예측
휴대폰 산업 관련 학계와 업계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최성호(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휴대폰의 공정가격 달성을 위해 통신사의 판매수당을 줄이고 그만큼 기기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성호 교수는 “통신사 판매수당 제도는 판매자를 가격 지배적 위치에 올려놓아 시장 불균형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현재 방송통신법엔 통신사 판매수당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다만 2010년 방통위가 통신사에 ‘판매수당 지급이 아닌 단말기 출고가 인하 협조’를 한차례 권고한 적이 있을 뿐이다. 이에 최성호 교수는 “판매수당 문제가 사업체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자율적 해결이 어려울 경우 정부 개입이 가능할 것”이라며 “행정당국의 규제는 보조금이 아닌 판매수당에 가해지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규제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도 있었다. 보조금 제도는 소비자와 통신사 모두가 ‘윈-윈’할 수 있고, 규제할 시 여러 변칙이 생겨 소비자 피해가 더 심화된다는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상임이사는 “통신사는 의무 약정기간동안 통신료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다”라며 “규제가 심해질수록 오히려 판매수당 속에 보조금을 감춰버리는 경향이 더욱 심해져 소비자간 구매 가격차이가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핸드폰 판매자 고성근 씨 역시 휴대폰 시장을 전면 개방해 가격을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근 씨는 “제도를 아무리 완벽하게 한다고 해도 그 틈을 파고드는 사람들은 항상 생긴다”며 “휴대폰 가격의 거품을 막기 위해 가격 상한선을 지정할 필요는 있지만 하한선은 판매자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성근 씨는 방통위의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이 휴대폰 판매업자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성근 씨는 “보조금 규제로 인해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많이 줄 수 없어 판매수당의 대부분을 판매자가 가져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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