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또베르쏘’는 1998년 11월 故 백순덕 씨가 우리나라에 최초로 세운 예술제본 공방이다. 예술제본을 주문받아 제작하고 원하는 사람들에게 예술제본을 가르쳐주고 있다. 렉또베르쏘 공방을 찾았을 때는 예술제본가 효은 씨가 제본작업에 한창이었다. 대학에서 경영정보를 전공하던 11년 전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예술제본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고 한달음에 故 백순덕 씨를 찾아갔다. “예술제본을 배워보니 ‘내 직업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2001년에 백순덕 선생님 슬하로 들어왔죠”

▲ 책의 부피를 압축시키는 프레스에서 조효은 씨가 작업 중인 책을 꺼내고 있다. 사진 | 손유정 기자 fluff@

효은 씨는 故 백순덕 씨의 문하생으로 2년간 체계적인 가르침을 받았다. “백순덕 선생님께서 별세하시기 전까지 끊임없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11년째 예술제본에 매진하고 있지만 배움에 끝이 없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예술제본은 보관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을 보수․복원해 견고하고 아름답게 보존하기 위해 행해지는 일련의 작업이다. 예술제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미적 기능’ 아니라 ‘보관 기능’이다. “책 소장자가 아무리 원하더라도 그 제본 때문에 책의 수명이 단축된다면 저희는 하지 않습니다. 기본은 보존성과 견고성이죠”

렉또베르쏘는 2002년부터 상설 예술제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효은 씨는 2003년부터는 초급과정 사람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초급과정은 8주 과정으로 공방의 전문적인 기계나 도구 없이도 제작이 가능한 제본 수업이다. 네 종류의 제본을 익힌 후 초급과정을 마친다. 중급과정은 좀 더 전문성이 요구돼 2년의 전문 교육을 받게 된다. 책의 보수․복원, 꿰매기, 헤드밴드 수작업, 가죽 갈기, 정교한 판지작업 등을 포함해 예술제본이 갖는 의미를 기술적인 훈련과 함께 습득하는 교육과정이다. 고급과정은 중급과정을 수료한 수강생들에 한해서 다양한 재료로 최고의 예술제본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다. “고급과정까지 수료한 수강생 중 현재 대전과 분당에 공방을 운영하는 분도 계시고 자택에서 작업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예술제본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죠”

우리나라 예술제본의 시장은 크지 않다. 예술제본이 국내에 도입된 지 얼마 안 됐고 종이 매체 문화도 쇠퇴하고 있지만 예술제본가들의 활동분야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취미 혹은 미래의 직업으로 배우는 수강생도 점차 늘고 있다. “시장이 크게 확장되진 않겠지만 조금씩 성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도 도서관의 책들을 보수하는 일에서부터 소장출판 등 예술제본가가 활약할 분야가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렉또베르쏘는 예술제본에 관한 전반적인 교육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백순덕 선생님께 제가 있었듯이 저에게도 렉또베르쏘의 맥을 이어갈 제자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렉쏘베르쏘만이 가지고 있는 예술제본가를 위한 커리큘럼을 만들고 싶어요”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