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이 시행됨에 따라 2012년 12월 8일부터150㎡(약 45평) 이상인 음식점과 제과점·호프집 등에서는 금연이다. 일정 기준의 흡연 장소를 실내에 만들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실내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정해야 한다. 2014년부터는 100㎡ 이상, 2015년부터는 모든 음식점과 술집이 금연구역이 된다. 서울시만 보면 12월부터 약 8만여 실내공간이 금연구역이 되지만 150 평방미터 이상의 식당은 전체의 20%가 되지 않아서 당장은 별 변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서울시에서는 현재 공원, 버스중앙차로 등 1,950개소를 실외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상태인데 2013년에는 가로변버스정류소 5,715개소가 실외금역 구역으로 추가되어 실외금연을 더 실감하게 될 것이다.

나는 매일 흡연 때문에 병에 걸린 사람을 보는 의사로써 누구에게나 금연을 권한다. 그렇다고 흡연은 자유이고흡연자의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흡연자의담배연기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점은 분명히 하고 싶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흡연하면 문제가 없다. 사람으로 혼잡하지 않은 실외에서 흡연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해롭게 한다는 증거는 없다. 흡연자는 이런 곳에서 담배를 피우던지, 따로 정해진 흡연공간에서 흡연하면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쓰는 실내에서의 흡연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되었다. 간접흡연이 다른 사람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연구결과이고, 담배연기가 묻은 실내공간은 오랫동안 니코틴과 타르를 갖고 있다가 이 공간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3차 흡연을 유발한다. 그러므로 흡연자가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이제 실내에서는 금연해야 한다.

실내금연은 현재 UN 회원국 중 180여개 나라가 가입돼 있고 우리나라도 비준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서 합의한 내용이다. 이 규약의 제8조에는"모든 사람은 단배연기 노출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모든 실내 작업장, 실내공공장소, 대중교통 및 옥외공공장소는 금연구역이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일반음식점은 물론이고 술집조차도 금연이 필요한 실내공간이다. 이미2004년도 아일랜드부터 시작해서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 호주, 미국 일부 주, 프랑스 등에서는 술집도 금연구역이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일하는 종업원과 술집을 이용하는 비흡연자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흡연권과 혐연권이 충돌할 때는 비흡연자의 혐연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로도 나왔고 세계적인 기본 에티켓이다. 아쉬운 것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작은 식당은 2014년까지는 계속 흡연해도 되는 장소라는 것이다. 어린이와 임신부를 간접흡연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가 어떻게 선진국이 되겠는가 현정부는 금연 정책과 관련되어서는 낙제점을 받고 있다. 현정부 출범 이후금연 관련 예산은 1/3 이상 대폭 줄었고, 담뱃값 인상이나 효과적인 금연 광고, 금연상담진료의 보험급여화 등 적극적인 금연정책이 없었다. 결국 2007년 45%까지 떨어졌던 성인남성 흡연율이 2010년 48.3%로 되래 늘어났다. 12월 8일부터 시행되는 150제곱미터 이상의 음식점과 술집의 실내금연 조치는 별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해당되는 업소가 소수이고 그마저도 이미 흡연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2015년 1월 크기와 상관없이 전업소를 실내금연으로 하는 조치가 시행되기 전에는 실내금연이 실효성 있게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태국, 말레이시아, 브라질, 우루과이보다 못한 금연 정책을 바꾸기 위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 실내금연의 전면적 실시와 함께 담뱃값 인상,담배갑 경고 그림 도입, 금연 예산 획기적 확대 등을 앞당겨야 금연 선진국이 될 수 있다. 5천 명이 넘는 간접흡연 피해자를 포함하여 담배 때문에 매년 사망하는5만 명이라는 숫자가 획기적으로 낮아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김철환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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