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은 나에게는 꽤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1962년 이론물리학자인 피터 힉스박사가 예견하였지만 그동안 실험적으로 발견되지 못한 힉스 입자에 대해 유럽의 가속기 물리연구소에서 결정적 증거들을 실험 결과로 발표하는 시기이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에게 ‘신의 입자’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것이 바로 힉스 입자이다. 그러한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물리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 실험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가 이러한 순수과학 연구가 일반인에게는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는지 궁금하여 주변 지인들을 만날 때 마다 물어 보곤 했다. 그러면 상대방은 우선 노벨상을 수상할 만한 중요한 주제인 지를 많이 궁금해 했고 동시에 이 연구에서 한국 연구진들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도 궁금해 했다. 그때마다 자연과학에 대한 연구의 중요도는 노벨상 수상 여부로 답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고, 그 주제가 자연과학 분야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그 연구로 인해서 자연과학이 얼마만큼 학문적으로 발전하게 되는 지로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을 20분이 넘게 열심히 설명하곤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듣는 이들은 별로 관심이 없어하던 기억만 있다.

또한 이 연구 분야는 김연아나 박태환 선수와 같이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이룰 수 없는 분야이고 많은 연구자들이 10년 이상의 노력이 필요한 분야라고 덧붙여줬다. 실제로 유럽 가속기 물리연구소에서는 6000 여명의 연구자들이 초대형 검출기를 지난 10년 이상 동안 제작하였다.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복잡한 기계장치 중 하나인 이 실험도구를 이용하여 이제 막 신의 입자에 대한 실마리를 풀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신호를 찾아낸 것이고, 이 초거대 실험에 고려대학교 물리학과의 여러 교수와 대학원생 연구원들이 파견되어 연구하고 있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는 말을 사람들에게 전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김연아 또는 박태환 선수와 같은 스타 연구자는 없는 지를 되묻는 것으로 대화를 마무리하곤 했다.

우리 사회는 스타만을 요구하고 있는 듯하다. 1등이 아닌 2등은 별 관심이 없고 오로지 1등에게만 모든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다. 대중매체 또한 일반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연예인 스타 스포츠 스타에 주목하고, 이를 대부분 경제적 관점에서 다룬다. 대중매체는 당연히 일반 사람들의 관심사를 다루는 것이지만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를 소개하고 우리 사회가 좀 더 건강하게 나아갈 방향도 제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대중매체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좀 고민해 볼 일이다.

불행히도 학문 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대학에는 다양한 전공 분야가 있다. 현재 대학은 경제적 논리에 의해 소위 스타 전공 분야의 위상이 결정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간다는 느낌이다. 뉴스에 따르면 실제로 일부 대학에서는 그러한 논리에 따라 전공 분야를 재구성 하려하고 이에 따른 구성원 간의 갈등이 비쳐지곤 한다. 사회가 변화하는 것에  따라 대학의 전공 분야가 수정될 수 있다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대학에서 반드시 중요시 되어야 할 분야 중 하나는 기초학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인문학에 대한 이해와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 없이 인류의 삶에 대한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최첨단의 기술력과 막대한 자본만으로 우리 삶의 질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현재 우리 사회가 그러한 것들만 강조한 나머지 고등학생들이 극심한 경쟁논리에 휩쓸려 인간이 아닌 삶을 살게 만들었다면 지나친 비약인가? 고대인 여러분들도 고등학교 시절에 하루 종일 수업과 학원 생활로 보냈던 것도 모자라 대학생이 되어서도 소위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이러한 기형적인 상황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가 우리 사회가 기초학문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1등, 스타만을 강조하기 때문이라면 너무 억지일까?

원은일 이과대·물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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