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독자로부터 ‘공부 좀 하고 기사를 쓰시라’는 건의를 받았다. 독자가 지적한 것은 지난호 1면에서 고대공감대 선본 외의 두 선본을 ‘운동권 성향’이라고 지칭한 부분이다. 독자는 ‘학생운동에 대한 생각 없이 단순히 한국 사회에서 잘못 통용되고 있는 운동권이란 표현을 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0년대 들어서 운동권이라는 표현은 보수언론이 진보성향의 사람들에게 일명 빨갱이 낙인을 찍기 위해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운동권’이라는 단어가 해리포터가 사는 세계 속의 ‘볼드모트’처럼 금기시 할 단어인지는 의문이다. 이른바 진보언론의 지면에도 ‘운동권’이라는 표현은 자주 등장한다.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다. 그들도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합의가 된 용어이고 부정적인 의미만 내포하진 않는다’고 말한다.

‘운동권’이라는 단어에는 어떤 가치가 담겨 있을까. 개인의 경험과 세계관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순 있다. 하지만 단어 자체를 쓰면 안 된다는 것은 스스로 흰 도화지에 검은 페인트를 칠하고 ‘이것은 검은 도화지’라고 규정하는 일이다. 이 또한 하나의 ‘틀’이다.

중요한 것은 단어를 사용하는 주체의 인식과 맥락이다. 고대신문 기자는 학생사회를 깊은 인식의 흐름 속에서 바라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호 1면 기사에서 ‘운동권’을 나쁘게 바라본 맥락은 어디에도 없다. 언론은 독자의 인식을 이끌어가기도 하지만 반영하는 측면도 있다. 독자들에게 쉽게 개념이 와 닿도록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의 산물이었다.

그래도 ‘고대신문이 어떤 틀을 갖고 학생사회를 바라본다’고 독자들이 느꼈다면 기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고려대학교의 대표언론으로써 고대신문이 모든 독자로부터 인정받는 언론인가를 돌이켜 본다.

이 시간 제 46대 안암총학생회장단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학생사회에 대한 인식에서도 희망을 찾아 본다. 선거에 출마한 ‘The REAL’, ‘실천가능’, ‘고대공감대’ 선본 모두 ‘학생사회를 구분 짓는 틀을 타파 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대학언론과 학생대표가 함께 악의적 구분 짓기를 부숴간다면 더 밝은 학생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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