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화려하던 단풍도 이젠 다 떨어졌다. 매년 이맘이면 학내 곳곳은 선거운동으로 열기를 띈다. 올해도 여러 후보가 출마해 학생들의 대표가 되려 경쟁 중이다. 각 선본에선 눈길을 끌기 위해 많은 공약 내고 있다. 안암총학 세 선본의 공약을 모두 모으면 100페이지 정도의 정책자료집이 만들어질 정도다. 어느 선본은 총학생회가 노력하건 노력하지 않건 시행될 사안을 공약으로 냈다. 또 가능성이 적은 사안은 ‘요구’하겠다고 적긴 했지만 마치 당선이 되면 반드시 실현될 것처럼 적어놓은 경우도 있었다.

단과대 학생회장 선거의 약속은 학생들에게 더욱 의미가 없었다. 학생들은 공약의 호불호와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과 좀 더 친한 학생들을 뽑는 것으로 변질됐다. 고대신문에서 단과대학생회의 공약이행도를 알아보기 위해 한 인터뷰에서 명함에 한 줄을 넣기 위한 학생회라고 혹평을 받은 학생회도 있었다. 심지어는 총학생회장과 각 단과대학생회장으로 구성된 중선관위원 중 4명이 업무태만명목으로 해임 안이 상정돼 만장일치 가결되기도 했다. 이런 일을 미뤄 볼 때 학생회 선거에서 투표율에 쫓기는 것은 필연적인 사건으로 비친다.
다짐이란 자신에게 하는 약속이다. 나 역시 매년 새해가 되면 1년 뒤 나를 상상하며 약속했다. 실현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고 자세한 방법을 계획하지도 않은 채 무턱대고 다짐했다. 한 달이 남은 시기 2012년을 되돌아보면 아직 달성하지 못한 목표가 남아있다. 1년 뒤 많이 바뀌어있을 것이라는 큰 꿈을 안고 시작하지만 이뤄지지 않고 나 자신의 신뢰는 줄어져 간다.

루소는 ‘약속을 쉽게 하지 않는 자는 그 실행에는 가장 충실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뤄질 것이라 미리 생각해 무턱대고 약속하기보다는 약속 하나하나에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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