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또르따(멕시코식 샌드위치)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손님이 와도 접대할 생각을 하지 않는 종업원들에게 주문을 받으라고 ‘주문’을 해야 메뉴를 가져옵니다. 구석에서 계속되는 종업원들의 잡담 때문에 ‘주문’을 하는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같이 식당에 들어온 친구는 식당이 돈을 벌고 싶지 않은 것이라 합니다. 또르따가 나오고 식사가 끝난 후에 계산서를 달라고 요구할 때쯤이면 외국인으로서 항상 드는 생각- ‘여기에 팁을 남겨야 해, 말아야 해?’

물론 사회적 기부 차원에서 팁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팁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규칙이 있다면 그것은 제공받은 서비스가 만족스러웠을 경우에 대한 보답으로 팁을 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팁 문화가 존재하는 사회에서는 돈을 조금 더 받기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굳이 감정노동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한국의 몇 패밀리 레스토랑에서처럼 종업원들이 무릎을 꿇고 낮은 자세로 주문을 받는다면, 멕시코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이를 ‘계산적인 친절’이라 생각하며 무척이나 불편해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멕시코인 종업원이 과잉 친절을 베푼다면 서비스를 받는 외국인도 팁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것입니다.

반대로, 팁 문화 때문에 종업원들의 불친절이 확연해지기도 합니다. 스타벅스나 맥도날드와 같이 팁을 주기가 애매한 곳에서의 불친절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종업원이 계산실수를 해서 이를 지적하면, 종업원은 미안하다고 하기보다는 고쳐주면 되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반문합니다. 물론 종업원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서비스의 친절도 또는 만족도가 다양하게 나타나겠지만,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도 서비스가 ‘항상’ 친절하지는 않다는 것을 이미 알기 때문에 팁을 남김으로써 만족을 보답하는 것일 겁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는 팁을 따로 주지 않습니다. 한국에서의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항상’ 친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종업원들은 보통 90도로 인사해야 한다고 교육받고, ‘손님은 왕’이기 때문에 손님은 종업원에서 소리치며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평에도 종업원은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 말해야 합니다.

하지만 결국 한국에서의 서비스가 항상 친절해야만 하는 이유는 결국 멕시코에서와는 다르지 않습니다. 종업원들의 감정노동은 갑인 손님으로부터 장기적인 이윤을 끌어내기 위해 교육된 것입니다. 차이점은 친절에 대한 팁은 이미 계산서에 포함되어 있고 종업원들에게 직접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일 뿐입니다. 적어도 멕시코에서는 친절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팁을 전달하지만, 팁 문화가 없는 한국에서는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하는지, 그간 상대방의 친절을 너무나 당연시 여기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강동현(문과대 서문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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