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로 예정된 19대 대선은 참으로 나쁜 예를 여럿 남기는 선거가 돼가고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TV토론의 실종이다. 중앙선관위가 집계한 역대 TV토론 횟수는 중앙과 지역방송사를 합쳐 1997년 15대 대선에서 54회, 2002년 16대 대선에서 83회, 2007년 17대 대선에서 44회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공식 TV토론이 예정된 4일까지 ‘0’이다.

더욱이 지금 예정된 공식 TV토론의 방식으로는 반론과 재반론의 기회가 제한된 다자토론으로 그야말로 홈쇼핑에서 물건 팔 때보다 정보를 더 적게 주는 모양새이다. 물론 TV토론의 말주변과 국정운영능력이 꼭 비례하지는 않겠지만, 후보 개개인의 역량을 테스트할 기회가 사라진 올해 대선에선 꼭 필요하다.  

지난 미국 대선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간의 TV 토론은 인기  스포츠 경기의 시청률을 넘기도 했다. 양자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각계 전문가에 의한 평가와 해석은 국민들의 정치적 안목을 넓히는 기회가 되었다. 간접선거 형태인 미국 대선에서도 이 정도의 정보는 국민에게 준 것이다.  결국 우리 국민들은 기존의 이미지에 의존하거나, 신문과 방송에서 몇 번은 걸러진 뉴스에 근거해서 대한민국의 5년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TV에는 꼭 양자가 마주한 후보 간 토론외에도 초청토론, 순차토론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지난 11월 중에는 순차토론 형태의 방송토론이 준비되었지만, 박근혜 후보측의 거절로 다른 후보들의 기회마저 사라졌고, 이후에 방송사측에서도 적극적인 TV토론 요구마저 없었다고 한다.

이번 19대 대선은 국민이 선거에 대한 관심을 줄인 게 아니라, 유난히 관심이 줄어들도록 만드는 기제가 많은 대선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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