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가 보름여 남았다. 초반에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이렇게 세 후보가 삼발이처럼 겨루더니 얼마 전 안 후보가 선거판에서 퇴장하였다. 이번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 정치에서의 정당정치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각 언론매체에서는 몇 달간 계속해서 거의 매일 국가운영과 정당선거운동 등에 관한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이러한 즈음에 필자 또한 한국 정치에 있어서 합리적인 정당정치에 대해 소략하게나마 단견을 적어볼까 한다.  

오늘날 세계의회민주주의 국가는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와 양당제를 선호하며 그 제도에 의해 60년간 국정이 운영되어 왔다. 양당제도에 대해 살펴보면, 그 제도의 장점으로는 다음을 꼽을 수 있다. 첫째, ‘갑’과 ‘을’ 모두에게 고루 정권획득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점, 둘째, 유권자의 정당선택이 용이하다는 점, 셋째, 안정된 의회정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국민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집약하기가 힘들다는 점, 변화하는 국민의 욕구와 정치이념을 수집하고 반영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 정치권력의 집중현상 등을 들 수 있다. 양당제도가 가진 이러한 단점과 위험에도 불구하고 개방사회에서는 전 있는 좋은 제도로 양당제를 평가하기도 한다. 압력단체나 이익집단들에 의해 국정이 잘 조정되고 정치적 동일화도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당제도가 성공한 나라는 영국과 미국 외에는 잘 찾아볼 수 없는 점이 아쉽다.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유념해야 할 것은 장기집권과 권력집중이다. 우리 헌정사에 있어서 장기집권과 독재는 양당제도로 인해 발생한 간접피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결국 통치자의 운명까지 비극으로 바꿔놓았으며, 그 사건들은 한국 정치사에 있어서 씻기지 않는 상흔으로 남게 되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는 양당제 운영과 관련하여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는 1990년 3당 합당이 이루어지고 난 후 생겼으니, 양당 이외에 제 3세력의 태동으로 인한 다수정당제의 시작이 바로 그것이다. 1992년, 1997년, 2002년, 2007년 등 매 대통령 선거 때마다 양대 세력 이외에 정주영, 이인제, 정몽준, 이회창 등 제 3후보의 출현사태가 바로 그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동향은 각 정당 간의 극과 극의 대결이 아니라 양극이 가진 좋은 점들을 수렴하고, 보다 합리적인 ‘중도의 길’․‘제3의 길’을 지향하는 의지가 드러나는 것이며, 다수정당제로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것은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사회,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현대인들의 다양한 생활양식과 정치이념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다수정당제는 하나의 당이 아니라 몇 개의 정당이 연립하여 정부가 형성되는 것으로, 유럽에서 갈수록 더욱 선호해가는 정당제도이다. 그 특징은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이념의 지속성을 중시하며, 지역적·경제적·종교적 차별을 극복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각 나라에서 국내의 모든 정당은 외교와 국방 문제에 있어서는 서로 합의하고, 사회·경제 현상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서로의 이견을 수용한다. 정파 또한 좌·우, 중도, 환경 등 다양하다. 가장 이상적인 선거방법으로는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한 ‘명단식 비례대표제’를 선호한다. 여러 개의 규모가 작은 정당으로 분립됨으로써 다양한 정치 의지를 정확하게 대변할 수 있고, 몇 몇의 정당이 연립하여 정부를 구성하기 때문에 지지기반이 넓은 것이 장점이다. 반면에 정당 간 정치적 타협과 결단이 늦고 국정운영 능률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향후 정당정치가 발달할수록 한국 정치사에서의 양당제는 쇠퇴하고 이러한 다수정당제가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선출되는 대통령은 국회와 협의 하에 다수정당제를 채택하여 가장 합리적인 정당운영과 선거제도를 확립해 가길 바란다.

김용기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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