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인터넷 커뮤니티는 SNS와 더불어 정치적 기능을 수행했다. 선거기간 중엔 문재인 후보가 인터넷 커뮤니티 ‘MLB파크’에 글을 올리는 등 제도 정치권으로부터 존재감을 인정받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파급력이 점차 증대되고 있는 지금, 인터넷 커뮤니티는 현 주소는 어떤지 살펴봤다.

넷(net) 상에서의 보수와 진보의 대립
이번 대선에서 인터넷 커뮤니티가 보여준 가장 큰 특징은 커뮤니티 자체가 정치색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진보 성향의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오유)’와 ‘MLB파크(엠팍)’, 보수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디시인사이드 정치·사회 갤러리(정사갤)’가 그 예다. 이러한 경향은 커뮤니티 내에서 특정 정치성향을 가진 사람이 글을 올리고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모여 공론을 형성하면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커뮤니티가 특정 정치색을 띠면서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커뮤니티 간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베’의 회원이 ‘오유’의 베스트 게시판을 임의로 조작하는가하면 이에 대한 대응으로 진보 성향의 커뮤니티가 ‘일베’ 사이트의 게시판에 항의성 도배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대립이 가능했던 것은 보수 커뮤니티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배경으로 한다. 웹사이트 분석·평가 사이트 랭키닷컴에 의하면 ‘일베’는 현재 유머/재미 부문 점유율 1위에 랭크돼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의 대부분을 20대, 30대 젊은 층이 차지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과거에 비해 ‘젊은 보수’가 상당히 많아진 셈이다. 디시인사이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참여정부의 실정과 특정세력이 선동하는 광우병 촛불파동을 거치며 일부 이용자의 성향이 보수적으로 바뀐 것”이라며 “커뮤니티 이용자들 사이에서 게시물에 대한 팩트 인증 요구가 늘어 각종 루머나 유언비어에 내성이 생긴 것도 이에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집단 간의 대립은 생산적인 토론보단 주로 소모적인 논쟁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
그럼에도 온라인 커뮤니티의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8대 대선에선 대선 후보간의 TV토론이나 거리 유세가 끝난 이후 이와 관련된 인터넷 커뮤니티의 컨텐츠가 검색어 순위에 올라오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인터넷을 자주 사용하는 청년층에게는 이러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더욱 크다. 현재호(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터넷 상에서 자료를 습득하는 능력을 봤을 때 중∙장년층 보다는 청년층이 더 뛰어나다”며 “이번 대선뿐만 아니라 2년 전 지방선거와 올해 총선에서도 인터넷 커뮤니티의 영향력은 컸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기존 매체와 다르게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큰 강점으로 꼽혔다. 현 교수는 “인터넷상에서의 소통이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가 장점만을 갖고 있진 않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걸러지지 않은 정보가 커다란 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또 지나치게 편향된 정보는 사용자에게 오히려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고 흑색선전을 유발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현 교수는 “일부 편향되고 왜곡된 자료가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손쉽게 제공되는 점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약점”이라며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쌍방향으로 공유하면서 이러한 부작용을 점차 개선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흑색선전에 가려진 정책검증
18대 대선이 방송3사가 출구조사를 발표하는 순간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초박빙의 양상을 보여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특정 후보자를 겨냥한 도를 넘은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지나친 비방으로 네티즌의 질타를 받은 ‘일베’의 경우 특정 후보의 얼굴을 여성의 반라 사진과 합성한 사진이 게시 되는가 하면 ‘특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맹목적인 비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게시글 삭제조치가 내려지거나 커뮤니티로부터 활동정지를 당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가 발표한 ‘제 18대 대선 선거법위반행위 조치현황 1부’에 따르면 18대 대선 기간 동안 선관위에 ‘사이버 선거법 위반’ 항목으로 신고된 사례는 약 2만 여 건에 달한다. 비방 및 흑색선전의 경우 고발 10건, 수사의뢰 23건 등 총 36건으로 17대 대선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중선관위 비방·흑색선전조사팀 관계자는 “선거일을 제외하고 인터넷상에서의 선거운동이 상시 허용돼 근거 없는 비방이 증가한 것 같다”며 “선거가 정책 경쟁이나 검증 위주로 진행되지 않은 것도 흑색선전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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