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인문대 영문08) 씨는 투표를 위해 고향인 광주까지 먼 길을 달려갔다. 하지만 이 씨는 집안의 어색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쫓기듯 학교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 시간에 아버지와 주고받은 언쟁 탓이다. 이 씨는 “아버지가 ‘젊은이들이 뭘 아느냐’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며 “모처럼 고향에 내려와 가족과 휴식을 취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18대 대통령선거에선 2040세대와 5060세대의 정치적 성향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MB정권의 미숙한 국정운영으로 인한 2040세대의 심판론’과 ‘이에 위기 의식을 느낀 5060세대의 응집’을 이유로 꼽았다. 정치컨설팅회사 조원씨앤아이의 김대진 대표는 “2040세대의 유권자들이 ‘정치 이념’을 중요시하던 과거와 달리 ‘개인의 삶의 질을 증대시키는 정책’을 우선시하기 시작하면서 실정을 거듭한 집권 여당에 회의를 느꼈다”고 말했다. 2040세대와 정반대의 투표 성향을 보인 5060세대에 대해 김문조(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안정을 추구하는 5060세대의 ‘순수연령효과’와 ‘동기집단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나이가 듦에 따라 비판보단 갈등의 위험을 피하려는 보수성향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20대는 취업 전부터 등록금 문제로 빚을 지기 때문에 돈을 갚기 위해 내 것에 집착하는 ‘보수화’가 확산될 것이라 전망했다. 김대진 대표는 다음 대선에서 20대의 보수 후보 지지율이 높아져 세대 간 표심의 양극화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20대는 변화를 갈망하면서도 현실적 어려움에 봉착해 보수화될 것”이라며 “진보 세력인 현 야권이 정권교체를 이룰 유일한 방법은 점진적으로 산적한 사회문제를 고쳐나가 안정적 국정운영을 검증받는 길 뿐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세대별 표심 양극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것에 경계의 목소리를 낸다. 이러한 현상은 필연적이며 변화의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세대 간 차이’라는 것이다. 김문조 교수는 “세대별 갈등, 충돌은 불가피하고, 전세계적인 자연스런 현상이라 대안을 찾는다는 문제로 접근할 부분이 아니다”며 “세대 간 투표 성향차를 갈등으로 규정짓는 것은 이분법적 흑백논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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