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6일 아베 신조가 일본 제 96대 총리에 취임했다. 아베 총리는 2006년 제 90대 일본 총리로 취임해 내각을 이끈 바 있다. 2009년 총선(중의원 선거)에서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실각한 후 정치적 야인생활을 하다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아베 2기 내각을 출범시킨 것이다. 복잡한 일본의 정권교체의 틈바구니에서 자민당의 승리원인과 우리나라에 미칠 정치, 경제적 영향을 전망해봤다.

자민당 승리 원인 - 민주당의 반대급부
자민당의 총선 승리는 ‘회귀평가’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회귀평가는 과거의 성과를 통해 평가를 내리는 행동을 일컫는다.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의 실책 때문에 자민당 쪽으로 표가 몰리는 결과가 나타났다.

여론조사의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2년 12월 17일과 18일 양일간 아사히 신문이 일본 유권자 1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민당 승리의 요인’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정권에 실망해서”를 택한 비율은 81%였다. “자민당의 정책을 지지한다”를 선택한 비율은 전체의 7%뿐이었다. 또 자신을 자민당 지지자라 밝힌 국민들도 전자는 79%, 후자는 13%를 선택했다. 요미우리 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9일 일본 유권자 10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민주당 정권에 실망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55%로 과반을 넘었다.

이에 이용욱(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년 전 정권교체 이후 일본 국민이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고 경제위기 등의 외부악재의 영향도 컸다”고 말했다. 외교 분야에서 큰 한계를 보였다는 점 또한 지적된다. 양기호(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미일외교에 금이 갔고, 대중․대한 외교에서도 영토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일본 정치, 우향우
정치적 측면에서 아베 1기와 2기가 다른 점은 더욱 짙어진 ‘우경화’다. 아베 1기 내각은 무라야마 담화(1955년 무라야마 총리가 발표한 태평양 전쟁시 식민지배에 대해 사죄하는 담화)와 고노 담화(1993년 고노 내각관방장관이 발표한 위안부 동원이 일본군과 정부 차원의 강제동원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담화)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외교정책을 수립했다. 또 평화헌법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실시하지 못하고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줬다. 아베 2기 내각은 앞선 담화들의 재검토 의사를 내비치고 개헌 의지도 강력히 표명했다는 점에서 1기 내각보다 더욱 우클릭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정계의 우경화 현상은 극우정당 일본유신회의 약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일본 유신회는 이번 선거에서 54석을 차지해 제 2당인 민주당에 버금가는 세력을 구축했다. 양기호 교수는 “50석이 넘는 정당은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할 수 있고, 예산을 포함한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는 거대 정당”이라며 “일본유신회와 같은 극우 정당의 성장은 이번 선거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베 2기 정권은 당분간은 저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욱 교수는 “경제문제가 주요 현안이여서 민감한 이슈는 우선적인 주안점이 아닐 것”이라며 “한국에서 새 대통령이 당선되고 중국도 정권교체기인 만큼 외교관계에서 크게 대립각을 세우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7월에 있을 참의원 선거로 하반기에 정치적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총선에서 승리해 중의원에서는 우호 정당과의 연립을 통해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어 개헌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참의원에서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양기호 교수는 “자민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파 성향의 국민들의 지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우경화 공약들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며 “극우세력의 표 확보를 위해 일본유신회와 선명성 경쟁도 불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안보, 실리냐 명분이냐
안보 측면에서의 전망은 정치 전망과 궤를 같이한다. 아베 2기의 주요 안보 공약은 △집단적 자위권(우방국이 공격받을 시 일본이 반격할 수 있는 권리)의 행사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자위대의 국방군 전환 △영토·영해 경비 강화를 위한 영해경비법 제정 △자위대의 인원·장비·예산의 확충 등이다. 양기호 교수는 “아베는 40대 때부터 납북 일본인 문제를 내세우며 정계의 주목을 받은 정치인”이라며 “납치문제 대처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자위권 확보를 주장하고 과거사 문제에 상당히 보수적인 만큼 주변국과의 마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한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의 재조정을 언급함으로써 세계대전 당시 피해국이었던 한․중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 교수는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중일 갈등의 심화로 일본의 대미유착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다른 시각의 해석도 있다. 이용욱 교수는 “아베 정권에게 시급한 사안은 경제분야와 같은 실질적 측면”이라며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주 수출국인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사, 영토문제 등 주변국의 반발을 살 만한 문제는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또한 “일본의 최대 우방국인 미국이 경기부진으로 안보 문제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는데 일본이 평화헌법, 안보 문제를 다뤄 동북아의 안보를 위협한다면 미일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이 야기될 것”이라며 동북아에서의 안보마찰은 극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경제, 물량 공세를 준비한다
아베 2기 정권이 1기에 비해 확실하게 달라진 분야는 경제정책이다. 아베 2기는 ‘3% 이상의 명목경제성장 달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예고했다. 또한 건설국채 전량 매입, 경제재정자문회의 부활 등 관치금융을 펼칠 것을 밝혔다. 디플레이션 현상으로 인해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양기호 교수는 “아베 2기는 더욱 현실적으로 변했다”며 “고질적인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고 인플레이션 2%를 달성하겠다는 공언을 통해 실질적 성장 중시의 경제정책을 표명했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구본관 수석연구원은 아베의 정책이 성공한다면 ‘통화량 증대→엔화 가치 하락(엔-달러 환율 상승)→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 확보’의 수순을 통해 수출 활성화를 통한 경제 성장이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많은 부작용도 예상된다. 구 수석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정부명령으로 통화를 무제한으로 공급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법을 개정하고 양적양화의 방식을 결정하는 데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일본은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벗어내기 위해서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 왔지만 계속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민당 정권이 내건 주된 방식은 정부가 국채를 시중 기관에 매입토록 해 양적완화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그 중에서도 빠른 경기진작을 위해 중앙은행의 채권매입량을 늘리는 방식을 시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 금융위기 당시 비상상황이 인정돼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야 가능했을 정도로 성사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구 수석연구원은 “기본적 방향은 인위적 개입이 아닌 시장 공급에 자연스레 맡기는 것인데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며 “현재 디플레이션을 겪고 있으니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기본 방향은 틀렸다고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갑작스런 물가상승 등 당장의 부작용을 고려한다면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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