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댁에서 키우던 개가 새끼를 낳았다. 강아지들이 뛰노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다짜고짜 집에 내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 아빠가 간간이 보내주는 사진으로 위안 삼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로부터 강아지를 모두 분양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쉬워하는 내게 엄마는 “강아지들이 우리 손을 너무 타면 새 주인에게 가서 적응을 잘 못한다”고 타일렀다.

요즘 우리 주변은 ‘인식의 손을 타버린’ 사람들로 넘쳐나는 듯하다. 한번 특정 인식의 손을 타버리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식엔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기 마련이다. 그 뒤를 따라오는 것은 무조건적인 냉소와 비아냥이다. 이 때문에 누군가는 오랜 친구와의 관계가 틀어졌고, 또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게 됐다.

개들의 맹목적인 사랑은 알만하다. 누군가의 손을 타 잘 길들여진 개들은 그 주인이 옳든, 그르든 상관없이 그들을 따르곤 한다. ‘인식의 손을 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몇 몇 사람들은 따르는 인식에 대한 자신만의 명확한 판단이나 논리적 확신 없이 거의 맹신적으로 그것을 추종하곤 한다. 이 때 그 인식이 사회적으로 편향된 것이라면 그들의 맹신은 사회 분열마저 조장할 수 있다.

아직 어느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할머니 댁의 강아지들은 새로운 주인에게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손을 탔다고 해서 개들이 새 주인에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성견이 돼 버려진 유기견들도 그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주인을 만나면 마음을 열지 않는가. 우리에게도 아직 가능성은 남아있다. 맹목적인 추종대신, 무조건적인 냉소대신, 한쪽으로 편향된 인식의 손을 타 있지는 않는지, 우리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