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0여 명의 신입생이 본교에 첫 발을 내딛었다. 힘겨운 입시관문을 뚫은 신입생의 뒤에는 함께 마음을 졸인 수많은 아버지가 있다. 새내기 유현호(경영대 경영13) 씨의 아버지 유식(55) 씨, 이승희(문과대 국제어문13) 씨의 아버지 이기노(49) 씨, 호지연(문과대 국제어문13) 씨의 아버지 호희재(48) 씨가 그동안 제대로 말하지 못한 자식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보내왔다.

#1. 어느새 대학생이 되다니

유식(유)│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온 너의 모습, 작은 손을 잡고 처음 목욕탕에 가던 날,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치며 웃던 일. 내 기억 속의 너는 아직 작은 어린아이인데 어느덧 커서 대학에 들어 가구나.

호희재(호)│정답이 보이지 않는 수험생활 속에서 얼마나 힘들었니. 기숙사 생활이 힘들다고 투덜대던 네게 따뜻한 말을 건네지 못한 것이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네가 고대에 합격했을 때 아빠는 너무나도 기뻐서 속으로 울음이 나오더구나. 잘 참고 어엿한 대학생이 돼 줘서 고맙다.

이기노(이)│네가 9월 평가원 모의고사에 실망해 엉엉 울던 때가 생각나는구나. 아버지로서 응원밖에 해 줄 수 없었단다. 지방 출장 중 업무에 지쳐있을 때 네가 떨리는 목소리로 “합격했다”며 전화를 했지. 그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어(웃음). 재수 생활을 견디고 엄마, 아빠의 후배가 돼 준 네가 자랑스럽다.

#2. 청춘의 출발선에 선 너에게

호│너에게 얘기하기는 창피하지만 말이야, 아빠는 대학 시절에 사랑을 탐닉하다가 쓰디쓴 맛을 봤단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외면하고 무절제한 사랑에 빠져 결국 학사경고를 받고 말았지. 그 사랑의 결말은 좋지 않았어. 돌이켜 생각하니 참으로 후회가 되더구나. 이제 성인이 된 너도 수많은 유혹에 휩싸이게 될 거다. 아빠는 네가 그런 유혹에 빠지더라도 말릴 생각은 없다. 단지 잘못된 선택에서 발을 뺄 수 있는 용기를 가졌으면 해. 

유│얘야, 항상 남을 배려하고, 겸손하며 온유한 사람이 되어라. 그리고 가난한 마음으로 세상을 품어라.

#3. 부디 아름답고 지혜로운 성인이 되기를

호│젊은 시절에는 충동적이고, 어딘가로 자꾸만 떠나고 싶고, 또 무언가를 계속 두들기고 싶지. 유난히 성급하고. 그래서 신중치 못할 가능성도 많단다. 아직은 아빠나 선배들의 말보단 친구들의 얘기에 관심이 갈 거야. 하지만 세상을 먼저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것은 어떨까.

#4. 널 응원할거야

호│우리 딸, 어렸을 적부터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유난히 잘하고 또 좋아하더구나. 시쳇말로 나댄다고 하지(웃음). 네가 여러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아빠는 기쁘게 보고 있었다. 이제 성인으로서 이런 흥미와 재능을 더욱 펼쳤으면 한다. 고려대를 통해 더 큰 꿈을 펼치길 바란다.

#5.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호│아빠가 어릴 적에 할머니는 고등어를 싫어하셨다. 고등어의 비린 맛이 꺼려지셨대. 그런데 말이야, 아빠가 직장인이 된 뒤에 할머니와 고등어를 먹을 일이 생겼어. 걱정스런 마음에 “고등어 드셔도 괜찮겠어요”라고 물었는데, 할머니는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며 고등어 참 맛있게 잡수시더구나. 한참동안 기분이 먹먹했다. 나도 아버지가 돼 부모의 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세상에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을. 지연아, 사랑한다.

유│너를 믿는다. 사랑한다. 나의 아들이어서 너무너무 고맙다.

이│지난해 네가 재수하는 중에도 우리의 결혼기념일을 챙겨줘서 무척 감동했다. 정말 서프라이즈였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 한 일은 너의 아빠가 된 일이다. 사랑한다. 승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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