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약이다’란 속담은 적어도 대학 스포츠 선수들이라면 경계해야 할 말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도핑검사’다. 도핑테스트는 선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검사다. 문제는 선수가 금지 약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일어나는 양성 반응이 의도적인 약물 복용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금지 약물 복용자로 낙인찍힌 선수는 그 판결에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 일러스트|양승우 전문기자


한 방 있는 도핑검사

‘도핑검사’는 해당 종목 주관단체의 의뢰를 받은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선수의 시료를 채취·운반해 이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도핑검사는 크게 ‘경기기간 중 검사’와 ‘경기기간 외 검사’로 나뉜다. 이 중 ‘경기 중 검사’가 널리 알려진 검사인데 대회가 끝난 후 성적 우수자 몇 명을 대상으로 혈액, 소변의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다. ‘경기 외 검사’는 특정 선수에게 KADA가 도핑검사 대상자라는 사실을 예고한 후 불시에 선수를 찾아가 검사를 실시한다. 만약 ‘경기 외 검사’ 때 선수가 KADA에 사전 통보한 장소에 없다면 중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검사에서 양성으로 적발되면 최소 3개월 선수 자격 정지에 해당 종목 입상 경력 삭제, 중징계의 경우 ‘영구 제명’까지 당할 수 있다.

물론 선수에게도 ‘KADA 항소위원회’나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재판을 통한 소명기회가 있지만 제재가 번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법적 분쟁에도 징계를 번복하지 못한 ‘위대했던’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Lance Armstrong)의 사례는 도핑 양성 반응의 무서움을 보여준 대표적 일화다.

도핑 사각지대, 대학리그
아직까지 국내 학생선수의 도핑 양성 반응자는 수는 적은 편이다. 2012년 현재 대학, 프로, 유소년 선수 모두를 포함해 10여 명이 적발됐다. 하지만 2012년 대학리그 아이스하키 선수가 도핑 양성 반응으로 ‘2년 자격 정지’를 받은 사례도 있는 만큼 그리 먼 일도 아니다. 도핑 양성 반응자는 크게 ‘악의형’과 ‘무지형’으로 나뉜다. 연령대가 어릴수록 ‘무지형’일 가능성이 높으며 대부분의 대학 선수 역시 이에 해당한다. 도핑검사관 주철규 씨는 “국내 대학 선수들의 도핑 관련 이해도는 심각한 수준이다”라며 “‘치료면책사유서(TUF)’를 미리 전송해 승인받으면 치료를 위해 금지성분을 복용할 수 있는데도 이러한 절차를 몰라 통증을 참는 선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스포츠계에서 도핑 의식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단체는 KADA 뿐이다. 따라서 대학 선수 도핑 교육 실태의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대학 스포츠 연맹과 KADA의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대학 스포츠계에선 해당 연맹의 요청으로 이뤄지는 KADA의 강연이 간헐적으로 이뤄질 뿐 장기적이고 정기적인 교육은 없는 실정이다.

‘무지형’ 선수를 막기 위해선
도핑 양성 반응을 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선수가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것이지만 선수의 자발성이 형성되려면 의식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태릉 스포츠의학실 권유하 주치의는 “도핑검사에 대한 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매년 KADA 주최 ‘도핑방지세미나’를 열고 2012년엔 ‘도핑가이드북’, ‘도핑방지만화’를 만드는 등의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직 대학 운동선수 및 코치진은 대학생 선수를 대상으로 한 ‘도핑 전공과목 개설’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한정은(사회체육11·골프) 선수는 “선수들 중 의도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악의형’ 선수는 드물다”며 “대부분의 대학 선수들이 약물에 대한 무지로 금지 약물을 복용하는 점을 감안해보면 수업으로 들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성남 럭비부 감독은 “평소에도 선수들에게 도핑 약물 복용을 주의하라고 지적하지만 아무래도 두루뭉술하게 얘기하고 넘어간다”며 “전문성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대학 중 도핑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과목을 개설한 학교는 없다. 이에 대해 류철호(사범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도핑 관련 전공은 강의의 수요가 특기생 선수들에게만 국한돼 체육교육과의 전공과목으로 개설하긴 힘들다”라며 “하지만 학생 선수를 위한 대학 차원의 도핑 교육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핑 검사 양성 반응은 ‘어쩌다 재수 없게 걸리는 몇몇 선수들만의 사례’로 치부하기엔 선수들에게 너무도 치명적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 분명히 선수들에겐 ‘약을 모르는 것은 독’이다.

도핑검사에 쓰이는 혈액 시료(왼쪽)와 소변 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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