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려대학교 테니스부 주장 12학번 남장우라고 합니다. 이번 학생 테니스 코트 철거 문제와 관련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 글로 전해드립니다. 현재 고려대에는 4면의 학생 코트와, 이공계 2면, 인문계 3면의 교수 코트, 2면의 의대 및 교직원 코트, 2면의 체육교육과 및 수업용 코트 등 총 13면의 테니스 코트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코트는 4면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학교당국에서는 4면의 학생 테니스 코트를 철거하고, 코트 신설 혹은 대체 공간 마련 계획은 없이, 현재 존재하는 교수 혹은 교직원 코트를 학생 공용 코트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주어지는 코트는 1면, 많아야 2면이 됩니다.

만약, 학생 테니스 코트가 왜 필요한가를 묻는다면, 저희는 역으로 묻고 싶습니다. 아무런 대안 없이 테니스 코트를 철거하는 일은 정당한 일입니까? 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테니스부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에서, 동아리가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대체공간을 요구하는 것이 비합리적인 일입니까? 저희는 이것이 비단 학생 테니스 코트에만 국한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농구장, 축구장을 비롯해 나아가서는 학생회관과 같은 시설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또 다른 건물의 신축을 위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의 공간이 사라져갈지 우려스러울 뿐입니다.

학생복지 시설의 확보는 학교의 의무입니다. 고려대학교는 학생들의 체육, 취미 활동 및 복지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는 긍정적인 인상을 대내외에 깊게 심을 수 있었습니다. 그에 부합하듯 테니스 동아리 신입부원 신청자는 매년 수백 명에 달해 왔으며, 많은 외국인 학생 및 교환학생들도 수시로 학생 코트를 이용해 왔습니다. 실제로 학생코트 시설을 바탕으로 교내 테니스 동아리인 KUTC(고려대학교 테니스 동아리), PETC(체육교육과 테니스 동아리)는 매년 정기 테니스 대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해 오고 있었고, 매년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그에 따라 대내외적으로 고려대학교 위상도 높았습니다. 만약 학생 코트가 철거된다면 고려대학교의 복지 시설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대내외적 인식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학생들을 위한 충분한 복지시설 없이, 오히려 그나마 있던 복지시설을 축소하고, 제대로 된 대안조차 마련해 주지 않는 것이 글로벌 리더를 키워내는 명문대학교의 자세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교의 위상은 건물의 수나 연구 성과로만 세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편하고 자유롭게 공부를 하기 위한 복지시설이 우선적으로 뒷받침 되어야만 그것을 토대로 학교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려대학교의 학생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코트가, 대체 코트 마련 계획도 없이 철거되는 것은 학생들의 복지 시설 축소, 나아가서는 학생들의 권리를 빼앗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교의 위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우려할 만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장우 테니스부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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