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4학년이 되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내가 진정으로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잘 알지 못한 채 앞으로만 가는 것 같았다. 심지어 갈수록 점점 뜬구름만 잡듯 막연해지고 있다는 이상한 생각마저 들때도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 하소연을 하자 친구는 몇 년 전만 해도 내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뭘 하고 싶은지 못 고르겠어’라고 말하고 다녔다 했다. 그러면서 내가 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 중에 하나만 해도 결론적으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아니냐고, 그때 그 욕심과 자신감은 다 어디 갔냐고 한소리를 들었다.

선택과 관련해 진행된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실험 상자에 넣은 쥐에게 버튼을 통해 네 가지 맛의 사료를 골라 먹게 했다. 3~4달 동안 끼니마다 쥐가 어떤 맛을 선택해 먹었는지 조사해보니 가장 좋아하는 맛이 전체 섭취량에서 반을 차지한다는 결과를 알아냈다. 그 다음으로 두 번째로 좋아하는 맛의 섭취량은 가장 좋아하는 맛의 반, 세 번째로 좋아하는 맛의 섭취량은 두 번째로 좋아하는 맛의 반 순서로 정교하게 배분됐다. 결론적으로 어떤 것을 선택할 때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고 고르는 것이 단순히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좋아하기 때문에 선택된다는 의미다.

큰 고민 없이 하는 선택이 항상 올바른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때때로 결과 속에 선택의 의미가 담겨 있을 수 도 있다. 내가 선택한 게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라는 의미니까. 개강이 시작된 오늘, 무심코 한 번쯤 큰 고민 없는 선택을 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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