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대학가의 신학기가 시작되면 음주관련 사건이 발생한다. 얼마 전 한 대학에선 입학식을 마치고 MT를 떠난 신입생 한 명이 사망했다. 사인(死因)이 음주로 인한 것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술자리 이후 일어난 사건이어서 대학가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최근에 술에 대한 공식적인 접근은 대개 대학생이 되면서 출발한다. 특히 본교의 경우 신입생 통과의례로 사발식을 갖고, 술자리 게임을 펼친다. 물론 중등교육의 묵은 때를 토해내고, 선배들과의 친목을 쌓는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다. 하지만 설레는 유흥의 이면에는 책임과 절제가 결여되는 경우도 많다.

교내 캠퍼스폴리스에 따르면, 학기 중 교내음주사고 관련 출동횟수는 주 2~3회 정도다. 보통 학생이 없어진 경우나, 화장실에서 자고 있는 학생을 집까지 데려다 주는 정도로 끝난다. 이에 비해 신학기 초에는 건수도 급증하고 강도도 세어진다. 얼마 전엔 한 여학생이 술에 취해 인사불성으로 교내를 이동하다가 머리를 심하게 찧고 입원까지 했다.

지난 주말부터 안암골 인근 술집들은 문전성시였다. 개강을 앞두고 오랜만에 마주한 선후배·동기들과 안부를 주고받는 정다운 자리를 무작정 말릴 수는 없다. 하지만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며 거리를 배회하는 학생을 격려할 순 없지 않은가.

만 20세부터 합법적으로 음주를 허용하는 것은, 20대부터 신체의 알코올해독기능이 월등해져서가 아니다. 자유의지로 음주하되 그에 따른 책임을 질 나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전제가 흔들리면서 2013학년도 2학기부터 교내음주를 공권력으로 금지하겠다고 정책까지 나오고 있다. 이 정책을 비난하기 이전에 정책발상의 근거를 없애려면 음주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는 게 먼저다. 마셔도 고대답게 건강하게 마시자. 우리의 열정은 책임으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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