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에게 저지른 12가지 만행’, ‘비인간적인 만행을 벌인 일본’
매년 삼일절이면 인터넷과 SNS에 올라오는 글이다.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울컥하고 화날 만한 내용이 대다수이다. 사실여부를 떠나 읽는 사람의 감정을 지나치게 자극해 감정적으로 한일관계를 바라보게 한다.

이웃나라인 일본은 ‘이웃’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새삼 실감하게 한다. 거리는 가까워도 마음을 나눌 수 없는 관계. 이웃에 살아 사촌 형제만큼 가까운 이웃이라는 이웃사촌은 시대에 어울리지 않은 옛말이 됐다. 요즘은 충간소음으로 이웃 간 살인, 방화 등 심각한 사태까지 일어난다고 하니 이만한 비유도 없다. 우익 성향의 아베가 총리가 되고 최근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강행하면서 한일 양국 간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말이다.

교환학생으로 영국에 간 친구가 이런 글을 적었다. 친구는 영국에서 동아시아관계론을 배우며 착잡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동아시아사에서 한국의 입지는 턱없이 작았다. 현대사에서 한국이 처음 언급되는 것은 6‧25전쟁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은 단지 이념대립이 현실화된 사건일 뿐이었다. 또한 일제강점기 한국이 일본에 의해 겪은 비극은 한 문장 정도로 요약된다. 반면 일본과 중국은 동아시아사를 이끌어 온 큰 두 축으로 설명되고 일본에 대해선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의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의 관계까지 포기하고 있을 수는 없다. 한국과 일본도 서로 실용의 자세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분하더라도 과거를 딛고 미래의 한일관계를 조망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과거의 일로 묶여서 얼굴을 붉힐 수만은 없다. 사과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한 단계 더 나아가 바라봐야 한다. 바다 건너 일본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다면 앞으로의 바람직한 한일관계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볼 때다.

오은정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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