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서관(중도) 출입통제기에 학생증을 찍고 들어서니 키오스크 앞에 긴 줄이 있다. 대부분 인강을 듣거나 과제를 하기 위해 Web 학습코너의 자리를 맡으려는 학생들이다. 공강 때마다 Web 학습코너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김환희(문과대 사회12) 씨는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시간을 보낼 장소가 마땅치 않아 자주 컴퓨터를 하러 이곳에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중앙도서관 1층 로비 역시 팀플을 하러 온 학생들로 빈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도서관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한 직원은 “단순 비교할 순 없겠지만 도서관에 출입하는 학생 수에 비해 자료 대출하는 수가 현저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도서관 자료실에서 학생들의 모습을 관찰했다.   

중앙도서관 3, 4층 자료실에는 서가 가득 다양한 책이 꽂혀 있다. 그만큼이나 앉을 수 있는 책상도 많다. 다양한 책이 올라와야 할 책상은 앉아있는 학생들의 공책과 노트북으로 가득하다.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학생들의 책도 바로 옆 책장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었다. ‘노트북 사용 금지’라는 안내스티커가 붙어 있는 책상에서 학생들은 버젓이 노트북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책장들 사이사이에 있는 1인용 책걸상들은 책을 읽기 위한 공간이기보단 혼자서 조용히 공부하는 개인 독서실로 변했다. 도서검색을 위해 마련된 컴퓨터는 학생들의 과제 도구가 됐다.   

중도 자료실에 앉아있는 박가현(정경대 통계11) 씨에게 다가가 자료실을 찾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영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중도 자료실은 조용하고 책상도 넓어서 공부하기에 분위기가 좋아요” 책은 빌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렸다. “글쎄요? 책은 과제할 때만 주로 빌리는 것 같아요”

도서관에서는 책을 읽는 대학생의 모습을 보기 힘들다.
자료실 3층에 마련된 인기도서코너는 그나마 조금 ‘인기’가 있어 보였다. 근처에는 책을 든 학생이 꽤 있었다. 책 목록을 살피기 위해 다가간 그곳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SPSS 데이터 분석’, ‘미시경제학’, ‘국제금융론’, ‘경제학입문’ 등 큼직한 제목이 적혀있는 두꺼운 전공서적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이름이 익은 ‘레미제라블’과 ‘용의자 X의 헌신’ 역시 인기몰이 중이었다. 중앙도서관의 베스트 대출 20권 중 14권이 소설책이라는 통계가 떠오른다. 중도 1층 반납코너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는 이용주(문과대 사회06) 씨는 누구보다 책을 빌려가는 학생을 자주 본다. “학부생들은 주로 소설이나 전공서적을 많이 대출해 가요. 도서 대출은 대학원생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 편이에요”

자료실 내 북적이는 학생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중도 4층에 마련된 세미나실이다. 창 너머 보이는 학생들은 책상에 토익 문제집과 해설집을 두고 골몰히 문제를 풀고 있었다. 그곳에서 모임을 갖던 신채연(디자인조형12) 씨는 “다 같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토익공부를 하고 있어요. 함께하면 훨씬 효과적이니까요. 책을 읽고 토론하는 학회도 있다고는 들었는데 저는 해본 적은 없어요”라고 말했다.

백주년삼성기념관 지하1층에 있는 국제기구자료실은 학생들의 발길조차도 배불리 받지 못한다. 국제기구자료실 앞 키오스크는 오히려 썰렁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자료실 맞은편에 보이는 피아노 방은 빈 의자 하나 없이 학생들로 가득하다. 피아노 방에서 공부 중인 김경민(문과대 국문11) 씨는 바로 앞에 보이는 국제기구자료실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지나가면서 간간히 보긴 했는데 뭘 하는 곳인지는 몰랐어요. 국제기구자료실이란 이름도 오늘 처음 들어본 것 같아요”

많은 학생들이 찾지 않는 국제기구자료실에는 보존서고, 학위논문, 지식정보책 등 다양한 잡지와 서적이 있다. 국제기구자료실을 늘 지키며 학생들을 바라보는 직원 최형규 씨는 한숨을 내쉰다. “중도랑 많이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학생들이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잘 모르고 오지 않아서 안타까워요”
텅 비어 보이는 국제자료실과 학생들로 북적대는 피아노 방이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