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부조리 문학의 대가’라고 알려진 알베르 카뮈는 한평생 ‘인간이 부조리한 삶을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이러한 고민의 흔적은 <이방인>, <페스트>, <시지포스 신화> 등의 작품에서 드러난다. 특히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카뮈의 핵심적인 사상이 명확히 투영된 인물이다.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그의 삶의 태도는 카뮈와 흡사한 면이 많다.

카뮈의 고향 알제리의 지도. 알제
리는 오랜 기간 프랑스의 식민지였다가 1962년 독립했다.
알베르 카뮈는 1913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카뮈의 아버지는 포도 농장 노동자였고, 어머니는 스페인 계통의 하녀였다. 프랑스의 본토로 인정받지 못하는 알제리의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그는 온전한 프랑스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프랑스의 ‘이방인’이었던 그의 공허함은 <이방인>에 그대로 투영됐다. 또한 <이방인>에서는 아름다운 지중해 주변에서 자라며 태양과 바다를 사랑했던 카뮈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뫼르소가 심리적 공허함을 잊어버리는 순간은 오직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수영을 할 때 뿐이었다. <이방인>에서 그가 어머니를 잃고 찾아간 ‘햇빛 비치는 바닷가’는 부모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을 치유하는 기제다.

웅장한 산맥이 아름다운 뤼베롱
산악 자락의 루르마렝 마을. 카뮈는
이 곳의 자연을 사랑해 근처에 별장을
구입하고 집필 활동을 했다.
한편 ‘정직함의 결정체’로 평가되는 뫼르소 못지않게 카뮈 역시 무척 솔직한(?)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 두 번의 결혼을 했는데 두 번째 아내 프랑신 포르와 재혼할 때 “나는 당신에게 충실할 자신이 없다. 그래도 괜찮다면 결혼하자”고 말했다. 실제로 카뮈의 여성편력 때문에 둘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카뮈는 포르와 결혼한 후 당대 최고의 여배우였던 마리아 카사레스와 불같은 사랑에 빠졌다. 이들의 부적절한 관계는 카뮈의 말년까지 지속됐다.

일각에선 <이방인>의 뫼르소를 비윤리적이고, 육체적 쾌락만을 탐하는 인물로 분석한다. 하지만 레몽이 함께 매음굴에 가자고 했으나 ‘나는 그런 것을 싫어한다’며 단호히 거절하는 장면에서 그의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카뮈 또한 개인을 핍박하는 대상을 거부한다는 명확한 삶의 원칙을 가지고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사상을 비판했다. 이러한 카뮈의 가치관은 파시즘이나 스탈린주의 등 인권을 경시하는 전체주의에 반대서명을 내고, 레지스탕스 저널 ‘콩바’의 편집장 활동을 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진실을 추구하고 폭력을 거부하며 태양과 바다를 경배했던 카뮈는 어쩌면 ‘뫼르소’ 그 자체일지 모른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